▲ 한상권 논설위원
▲ 한상권 논설위원

조선시대 대표적 실학자인 서애 류성룡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친우인 이순신을 선조에게 천거하고 그로 하여금 열세였던 조선의 전세를 역전시키도록 했다.

그때의 인사(人事)는 꺼져가던 조선의 국운을 되살리는 결정적인 세기의 인사였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인재를 통한 사안의 해결을 일러 '인사가 만사다(人事萬事)'라고 말하지 않는가.

대부분의 기업들 역시 좋은 인재를 등용시켜 적재적소에 배치해 성장과 이익의 창출, 궁극적으로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연일 어두운 조명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파리바게뜨의 SPC(회장·허영인)에는 제대로 된 인사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SPC의 자회사인 SPL평택공장에서 노동자 사망 후 장례식장에 보내진 사망자가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빵을 보면서, 회사가 사람을 보는 관점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사업장을 점검하기 위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가방을 열어 사진을 찍어 올린 직원은 그것이 과연 회사에 충성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었을까.

미처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허영인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에 관한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은 아직도 꺼지지 않는 논란의 핵심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2018년 허희수 부사장은 대마초 흡입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자 회사 내 모든 보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지만, 며칠 후 고급 외제차를 타고 회사에 나타나 우리를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공정거래 위반은 어쩌면 SPC는 그다지 큰 위법 사항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사건이 하나의 기업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를 마음껏 펼치고 있는 허영인 회장과 그를 보위하는 일부 임직원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는 이유다.

좋은 사람이 모이면 좋은 회사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바른길을 걷는 임원이 부족한 기업의 총수는 오만함과 독선에 지배당하고, 그렇게 SPC는 간신만이 득실대는 부패한 조직으로 변질됐는지도 모른다.

잘 살펴보면, 인재를 등용하기에 부족한 경영진 그들의 저급한 경영관이 지금의 SPC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 온 게 아닐까.

시민의 작은 먹거리로 사업을 일으킨 허영인 회장은 시민들에게 더 이상의 실망을 안겨 주어서는 안 된다.

서애 류성룡과 같이 좋은 인재를 천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전문 경영 체계를 도입해 자신의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허씨 왕조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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