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가전통신노조 "관리계정 몰수에 생계 스트레스"

▲ 고독사한 A씨가 계속해서 관리계정을 배정받지 못하자 동료 MC들에게 메신저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 고독사한 A씨가 계속해서 관리계정을 배정받지 못하자 동료 MC들에게 메신저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SK매직MC지부는 방문점검원(MC) A씨가 서울 신림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22일 밝혔다.

A씨의 사망은 지난 10일 고령자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동주민센터의 모니터링 활동으로 확인됐다.

홀로 살던 A씨는 지난달 31일 지인과 통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이에 동주민센터 직원이 아파트 관리소장과 문을 열고 들어가 숨진 A씨를 확인했다.

검안의는 A씨가 급성간경화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 사망 시점은 지난 1~9일 사이로 추정된다. 유족의 뜻을 고려해 부검은 진행되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A씨가 사망 직전까지 관리직원의 갑질로 극도의 생활고를 겪어왔다는 점을 들어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망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에서 5년 넘게 렌탈제품 방문점검 업무를 하던 A씨는 사망 2달 전인 4월부터 관리직원 B씨에 의해 일체의 관리계정을 몰수당하면서 완전히 수입이 끊긴 상태였다. 계정처리 지연을 이유로 퇴사를 종용받기도 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관리계정을 배정받지 못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A씨는 B씨에게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족은 "고인이 자주 가던 마트 주인에게 물어보니 한 달 전부터 술을 많이 사갔다고 했다. 식사는 즉석죽으로 때운 수준"이라며 "스트레스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SK매직의 방문점검원 MC들은 회사와 위수탁 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이라 기본급이 없다. 신규 영업 건수가 없는 한 자신의 관리계정이 거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SK매직의 업무 구조상 MC의 관리계정은 매월 배정되는데, 영업관리 업무를 관장하는 지국장이 이 역할을 수행한다. MC의 생사여탈권을 쥔 지국장에 의해 갑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국장 B씨는 지난 3월 서울 모 지역에 발령난 뒤 업무 도중 MC를 성추행했다가 경찰에 고소를 당하고, 직장 내 괴롭힘 사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접수되는 등 업무상 갑질 논란의 중심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노조 관계자는 "현장은 업계에 만연한 관리직 갑질로 결국 사람까지 죽어나갔다는 비통함에 젖어있다"며 "회사의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매직 관계자는 세이프타임즈와 통화해서 "고인은 평소에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출근을 하지 않아서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이관중이고 해고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 "노조가 주장하는 성추행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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