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찾아와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게 됨을 알리는 '수태고지(受胎告知)'는 기독교적 사건이다. 당시 유대 율법은 처녀가 임신하면 돌로 쳐 죽였다. 약혼한 여인에게 이 말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하기 전 겟세마네에서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하며 인간적인 심경을 보여주고 있듯이, 마리아도 이 엄청난 사명을 다른 이에게 돌려버리고 싶었을지 모른다. 죽게 되거나 평
창으로 들어오는 은은한 아침빛이 여인의 이마에 부딪힌 후 따사로운 온기로 노란색 상의에 머물다 마침내 물병에서 흘러나오는 하얀색 우유 줄기에 도달한다. 빛의 흐름에 따른 시선의 종착지 주변에 여인의 튼실한 몸매만큼이나 두툼한 빵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있다. 갓 구운 빵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빛으로 대상에 따스한 정감을 표현하며 시대의 미감을 한 폭의 그림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화가 베르메르(Jan Vermeer·1632~1675·네델란드).실내 풍속화를 많이 그렸던 그는 잘 짜여 진 화면구도와 정확한 묘사력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