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경찰서 '구속영장' 신청 … 사망 5명 중 3명 모녀인듯

▲ 20일 오전 3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 한 여관에 방화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 20일 오전 3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 한 여관에 방화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일 서울 종로구 여관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은 피의자가 여관 업주에게 성매매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말다툼을 벌인 뒤 홧김에 저지른 일로 드러났다.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검거된 피의자 유모(53)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성매매 생각이 났고, 그쪽 골목에 여관이 몰려 있다는 것을 알아 무작정 그곳으로 가 처음 보이는 여관으로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여관 업주에게 "여자를 불러달라"는 취지로 성매매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범행에 앞서 오전 2시6분 경찰에 전화를 걸어 "투숙을 거부당했다"고 신고했다.

이어 여관 업주도 2차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오전 2시9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해 사안을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가 술에 취해 있었지만 말이 통하는 상태였고, 출동 당시 여관 앞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며 "극단적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 보여 자진 귀가조치로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후 유씨는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온 뒤 오전 3시쯤 여관문을 열고 들어가 1층 바닥에 뿌리고, 주머니에 있던 비닐 종류 물품에 불을 붙여 던졌다.

이 불로 투숙객 10명 중 5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유씨가 불을 지른 뒤 스스로 신고한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씨에게는 방화나 주취폭력 전과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수법 등을 추가로 확인한 뒤 현존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 20일 방화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진 서울 종로5가 서울장여관.
▲ 20일 방화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진 서울 종로5가 서울장여관.

◇ 희생자 중 3명 '모녀 추정' = '방화 참극' 사망자 가운데 3명은 모녀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혜화경찰서는 브리핑을 통해 사망자 5명 가운데 여성 3명이 한 방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여관 주인 김모(71·여)씨 진술로 미뤄볼 때 이들이 모녀지간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한 방에 가족 같은 사람들이 묵었다'고 진술했다"면서 "이들 중 2명은 여성으로 확인됐으며, 나머지 한 명은 성별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여성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도 경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아가씨가 죽었다. 엄마하고 같이 온 사람이다.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됐고 신원을 확인할 만한 소지품도 발견되지 않아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19일 여관 105호에 묵었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왼쪽에 있는 방이지만 방화 피의자 유모(53)씨가 휘발유를 뿌린 탓에 불이 급격히 번져 미처 빠져나가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망자 5명 가운데 이들을 제외한 2명은 지문검색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

▲ 경찰은 20일 서울 종로5가 방화사건 피의자 유모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 경찰은 20일 서울 종로5가 방화사건 피의자 유모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 '방화 참극' 서울장 여관은 '사실상 쪽방' = 사고가 난 여관은 쪽방과 마찬가지로 장기투숙자가 많이 이용하는 노후 건물이었다. 서울장여관은 종로구 종로5가 뒷골목에 있다. '철근-콘크리트조 슬라브' 구조의 낡은 2층짜리 건물이다. 등기부 등본을 보면 1989년이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남아있지만 이보다 더 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층 54.55㎡, 2층 48.9㎡로 103㎡ 정도다. 전체 객실은 9개로 총 면적을 기준으로 1개의 크기를 최대로 계산해도 10㎡(3평)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객실 출입문은 나무로 돼 있다. 내부는 침대가 아닌 온돌방이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