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정화작업 해도 기준치 587배 벤젠 검출

▲ 시민사회단체가 용산 미군기지 인근에서 주한미군의 유류오염사고에 대해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서울시가 정부를 상대로 용산미군기지 주변의 오염된 지하수를 정화하는 데 든 비용을 보전해달라며 13번째 소송을 낸다.

서울시는 지난 한 해 동안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과 캠프킴 주변 지하수를 정화하는 데 든 비용 5억4000만원을 배상해달라는 소송을 다음 낼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용산미군기지 앞 녹사평역 지하 터널에서 오염된 지하수가 발견된 것은 2001년, 캠프킴 길 건너 지하철 공사장에서 흥건한 기름이 나온 것은 2006년이다. 미군이 용산기지 안에 대규모 지하저장탱크를 설치해 보관한 유류가 지하수를 타고 퍼졌다.

서울시는 10년 넘게 기름 섞인 지하수를 정화하고 있다. 매년 5억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2009년 제정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시행에 관한 민사특별법은 주한미군 구성원이나 고용원이 직무를 수행하며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대한민국 정부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사평역 인근 오염 지하수 정화비용으로는 7차례 소송을 벌여 지난해까지 63억원, 캠프킴의 경우 5차례 소송을 통해 15억원을 환수했다. 78억원 규모에 달한다.

서울시는 올해도 용산 미군기지 주변 지하수 정화에 5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시가 계속해서 지하수를 퍼 올려 정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녹사평역 인근 지하수에선 발암물질인 벤젠이 허용기준치 최고 587배까지 검출됐다.

캠프킴 주변에선 석유 계통 물질에 의한 오염 여부를 보여주는 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의 512배나 나왔다.

▲ 서울 지하철 녹사평역의 지하수 오염사건이 터진 2001년 당시 미국측 연구원들이 암반의 기름 유무를 설명하고 있다.

정화 작업을 하는데도 기준치의 수백배가 넘는 오염 물질이 나오는 이유는 미군기지 안의 오염원을 그대로 둔 채 기지 주변만 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수 정화에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서울시는 답답한 상황이다.

용산 미군기지 평택 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앞으로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정화 작업을 벌일 수 있지만 정부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서울시는 환경부에 기지 내부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 조사는 토양오염의 배상ㆍ책임을 누가 어느 정도로 져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기름 유출이 문제가 되자 한미 양국은 합동으로 용산미군기지 내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2015년 5월∼2016년 8월 세 차례 환경조사를 벌였다. 정부는 그 결과를 밝히지 않다가 지난 4월에야 1차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2015년 제기한 소송이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공개'로 판결난 이후였다.

최근 2ㆍ3차 환경조사 결과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났지만, 환경부는 미군의 정보 공개 반대 입장에 따라 또다시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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