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홍성민 작가가 새로운 양성평등 기호를 제시하는 '약속큐브'를 출간했다.

남성 기호는 전쟁의 신인 마르스의 창과 방패에서, 여성 기호는 미의 여신인 비너스의 거울에서 유래된 것으로 오늘날까지 창과 방패를 들고 싸움하는 남성과 거울 속에 비치는 외모를 바라보는 여성으로 남·여를 상징하는 기호다.

저자 홍성민 작가는 "미의 신 비너스의 손거울을 의미하는 여성 기호는 가족의 생계를 짊어졌던 강인한 어머니와 어울리지 않았다"며 "전쟁의 신 마르스의 창과 방패를 의미하는 남성 기호는 어머니 대신 동생의 밥상을 차려주고 곧잘 아름다운 시와 그림에 매혹되던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 작가는 어릴 때부터 습관처럼 새로운 사람의 기호에 대해 고민하고 끄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오랜 시간 새로운 남·여 기호에 대한 구상을 거쳐 2000년에 새로운 사람의 기호를 창작했고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 지금의 약속큐브를 완성했다.

약속큐브의 새로운 남·여 기호는 작가가 정의한 힘과 곡선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자연은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지고 '강함'과 '부드러움', '변화'와 '안정'의 균형으로 자연의 질서가 유지된다며 직선으로 구성된 '+'를 '힘'으로, 곡선인 '○'을 '포용'으로 상징화했다.

힘(+)이란 변화의 에너지에 기반한 권위와 감동이며 마음을 움직여 행동하게 하고 그 행동으로 소중함을 지키는 것을 뜻한다. 포용(○)은 공감과 조화의 끊임없는 연결로 마음을 나누어 충만하게 하고 사람과 사람을 견고히 연결하는 것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이 힘과 포용의 상징을 결합해 만든 것이 새로운 기호다. 남성을 상징하는 기호는 공격하고, 파괴하는 무기를 든 남성을 거부하고 변화와 도전의 힘(+)에서 시작해 소중함을 지키는 포용(○)을 결합했다.

또한 여성을 상징하는 기호는 남의 눈에 좋게 보이도록 겉으로만 꾸미는 일을 거부하고 공감과 조화의 포용(○)에서 시작해 이를 연결하는 힘(+)을 결합했다.

또한 불완전한 남성과 여성이 하나가 됐을 때 완전한 존재인 약속이 된다. 약속은 사람과 사람의 결합과 소통을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를 채워나가는 것을 상징한다.

홍성민 작가는 오랫동안 긴 머리의 남성 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성 고정관념에 따른 많은 오해와 편견을 받았다. 그래서 기존 남·여 기호를 의심하고 새로운 기호를 구상하게 된 것은 홍 작가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자 사명이었다.

또한 새로운 기호가 실생활 속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확장돼 활용되는 모습도 담고 있다. 단순한 상징 기호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평등과 평화의 공존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것은 우리가 모르고 사용하거나 혹은 알고도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는 기존의 성기호가 그저 표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홍성민 작가는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람의 기호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존중하는 가치가 담겨있어야 한다"며 "남녀 간의 갈등뿐 아니라 세대, 장애, 인종, 지역, 문화, 빈부, 직업, 정치적 성향 등 생각의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고 서로를 고정관념의 틀에 가두어 편을 갈라 싸우는 세상 속에서 평등, 평화, 공존의 가치를 일깨울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저자 홍성민 작가 = 홍성민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제 보석디자인 콘테스트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주얼리 디자이너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넘나드는 창작 활동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국내외에 펼치고 있다. 경기대학교에서 예술과 주얼리 디자인을 가르쳤으며 현재 약속큐브 디자인과 철학을 바탕으로 주얼리 디자인, 공예, 설치미술, 회화, 문학, 패션, 공연,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속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