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댁 냉장고에 붙어 있는 중국집 자석 전단지다.

짜장면이 생각나시면 전단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신다.

그나마 한 그릇은 못 시키시고 참으신다.

어머니, 아버지 각 한 그릇 비울 자신이 있으실 때에만 다이얼을 돌리신다.

부모님댁이 성대 옆 산 중턱에 있어 배달 종사자들에게 한 그릇 시키기가 미안해서다.

그래서 필자가 부모님댁에 가면 못 드셨을까봐 종종 배달시켜 같이 먹는다. 

그런데 이마저도 못하게 됐다.

전화로 시키면 오던 유일한 아날로그 짜장면집이 폐업한 듯하다. 전화를 안 받는다. 개인사정으로 일시 정지란다. 지난주 다시 시도해 봤지만 역시나였다.

그래서 디지털시대의 배달앱인 '요기요'를 통해 신세대 입맛 자장면을 시켜드렸다. 솔직히 필자 입맛에는 안 맞았지만 어머니는 잘 드셔서 다행이었다. 어쩌면 부러 맛나게 드셨는지도 모른다.

▲ 전형금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 전형금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이제 부모님은 짜장면을 배달시켜 드시는 건 힘들 거 같다. 누군가 시켜 드리지 않는다면.

요즘 시대는 배달앱을 통하지 않고는 시켜 먹는 것도 힘들다. 예전에는 전화 다이얼만 돌리면 됐는데 말이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스마트폰 못하는 어르신들은 굶어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필자도 배달앱을 처음 사용해 봤다. 그리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 전화주문이 더 익숙하다.

필자도 이런데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여든 중반을 넘으신 양주에게 배달앱은 무용지물이다.

아니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신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각 지자체나 주민자치위원회 등에서는 노인들을 상대로 스마트폰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세종시는 찾아가는 어르신 모바일 길잡이 사업을 통해 노인들에게 직접 찾아가 스마트폰, 무인단말기 등 디지털 기기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업들이 그렇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갈수록 노인 인구는 늘어날 것이다. 상대적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IT기술 등 디지털 기술 또한 빛의 속도로 덩달아 발전할 것이다. 그에 비례해 디지털 기기로부터의 노인들의 소외도 깊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인간이 편리하고자 만든 이기(利器)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이기인지 살펴보자. 만일 그렇지 못한 곳이 있다면 정책 입안자들은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그들의 가려움을 긁어주자.

주말 부모님댁을 방문해 냉장고 한 번 살펴보자. 

부모님댁에 보일러도 놓아드려야겠지만 냉장고에 아날로그 감성의 음식 배달 자석 전단지 하나 붙여드리는 것도 효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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