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결과 발표로 '범죄자 낙인찍기'에 '차라리 탄핵하라' 강경대응

검찰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20일 청와대는 조용한 가운데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조사를 거부하고 탄핵 문제를 공론화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초강수를 둬 최순실 정국에 일대 파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자신을 최순실 씨 등과 범죄를 공모한 피의자로 본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야권과 '촛불민심'의 퇴진 압박이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탄핵정국으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범죄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돼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1차 대응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법리논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수사팀의 오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인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대통령은 이번 주에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검찰의 성급하고 무리한 수사결과 발표로 인해 대통령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더는 검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도 검찰 출입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직접조사 협조에 응하지 않고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며 이런 의사를 분명히 했다.

어차피 마무리 단계인 검찰을 상대로 힘을 빼기보다는 내달 초부터 최장 120일 동안 진행될 특검 수사를 '본게임'으로 보고, 신중하게 법리 다툼에 대비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에서 추천하는 특검이 검찰보다 강도 높게 수사해 더 적극적으로 범죄혐의를 적용할 것이 유력하다는 점에서 특검 수사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청와대의 전략은 '시간벌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검찰의 직접 조사에 응하지 않고 중립적 특검에서 조사받겠다는데, 괴설"이라며 "탄핵을 유도하며 특검에서 조사받겠다는 건 시간벌기이며, 특검 선정 후 중립성 여부로 또 조사거부의 논리를 만들어 가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강경 대응이 민심에 정면으로 역주행한다는 야권의 비판에 직면하더라도 특검 수사에 집중함으로써 일단 시간을 번 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잘잘못을 따져보자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정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부당한 정치공세로 인한 국정 혼란을 지적하면서 "그런 경우라면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탄핵으로 가보자'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는 "탄핵은 합법적인 절차로, 국회가 하겠다고 하면 우리가 막을 방법은 없다"는 기존 청와대 입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진화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탄핵은 하야나 퇴진 등 헌법적 책임에 어긋나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태를 풀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과도 일치하는 해법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실리적으로도 탄핵은 일종의 공개재판이라는 점에서 검찰이나 특검의 일방적인 수사결과 발표와 달리 박 대통령과 청와대 측 입장과 반론이 함께 공개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하지만 반박해봤자 주장만 있고 결론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탄핵은 증거를 갖고 따지는 것이니까 결론이 나게 돼 있다. 계속 논란이 거듭된다면 차라리 그런 절차로라도 본인의 결백을 밝히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실망한 지지층을 설득해 재결집시킬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여권 내에서 감지된다.

탄핵심판에 최장 180일이 걸린다는 점도 국면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만약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 박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울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이날 야권 대선주자들이 모여 박 대통령 탄핵을 야3당과 국회에 요청하기로 한 것을 역이용해 청와대가 탄핵을 공론화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법에 어긋나는 일방적 절차로는 갈 수 없는 것이고, 여야 정치권에서 탄핵을 먼저 꺼냈다는 점에서 그런 절차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면서 "야당의 일방적인 하야 주장보다는 헌법적 테두리에서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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