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구호안전봉사회 이사장 현해 스님 "구호 매뉴얼 시스템 구축할 것"

사단법인 대한재난구호안전봉사회를 설립해 초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현해 스님.

지난해 12월 6일 돛을 올린 대한재난구호안전봉사회는 국민안전처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설립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이다.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구호활동을 펼치고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각종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를 이끄는 이사장은 비구니 현해 스님이다.

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현해 스님은 구호단체 설립 취지에 대해 "현장에서 땀 흘리고 이웃과 함께하는 게 보람"이라며 "제 법당은 노천인 셈"이라고 했다. 이어 스님은 "출가한 지 20년이 넘었다. 불자들로부터 늘 도움을 받았는데 나는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더 늙기 전에 그래도 육체가 성할 때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재난구호안전봉사회는 현재 11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각종 산불 진압훈련에 동참하고 세월호 2주기를 맞아 각종 캠페인을 벌이며 안전 의식을 높이는 한편 봉사활동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스님이 구호단체를 설립하게 된 데는 세월호 참사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가 45일간 진도 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유가족과 구조팀을 위한 봉사활동을 벌였다. 쉼 없이 구호물품을 나르느라 허리에 무리가 가는 바람에 나중엔 다리를 절뚝거릴 정도였다.

스님은 "세월호 참사 현장을 보면서 체계적인 재난 구호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관계자들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심지어 구호물품이 들어와도 어떤 순서로 누구에게 나눠줘야 할지 체계가 안 잡혀 있었죠."

지난 3월 29일 서울 국립현충원 호국지장사에서 열린 봄철 산불조심 진압훈련에 참가한 현해 스님(맨 오른쪽 두 번째)과 호국지장사 주지 도호 스님, 서울동작소방서 서순탁 서장. 대한재난구호안전봉사회 제공

사실 현해 스님이 특히 구호단체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세월호 참사 발생 전 대만 비구니 증엄 스님이 창설한 봉사단체 자제공덕회를 방문했을 때부터다. 스님은 "자제공덕회는 마치 전문대처럼 2년간 봉사 교육 과정과 탄탄한 매뉴얼을 갖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일단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단체"라고 설명했다.

아직 인력 등이 부족하지만, 대한재난구호안전봉사회를 자제공덕회처럼 발전시키는 게 스님의 포부다. 스님은 "일단 자제공덕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교류를 통해 노하우를 배울 계획"이라고 했다.

스님의 이력은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다. 구호단체 설립을 위해 2014년 가을 숭실사이버대학 소방학과에 입학했으며 비구니 가운데 최초로 2013년 10월 경량항공기 조종사 자격증 취득하기도 했다. 게다가 무술 유단자로서도 이름이 높다. 태권도 4단, 우슈 4단, 킥복싱 5단, 격투기 5단, 거합도(칼을 갖고 하는 무술) 5단 보유자로, 출가 전에는 킥복싱 동양 챔피언으로 15차 방어전까지 치렀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무술시범단 '영웅여걸' 팀장이자 국내 스턴트우먼 1세대로서 맹활약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활에 염증을 느꼈고, 34세가 되던 1995년 뒤늦게 머리를 깎고 출가했다. 비록 속세를 떠났지만, 스님은 여전히 '현장' 체질이다. 현해 스님은 "산사에 머물기보다 현장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자비를 실천하고 싶다"고 했다.

"부처님도 물에 빠진 사람을 보셨다면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고 가진 모든 것을 어려운 이들과 나누셨을 거에요. 불교뿐 아니라 어떤 종교든 수행자라면 나보다는 남을 생각하고 남과 함께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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