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생존확률 1% 기적"

▲ 초미숙아로 태어난 사랑이가 5개월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견디고 12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 서울아산병원
▲ 초미숙아로 태어난 사랑이가 5개월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견디고 12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 서울아산병원

지난 1월 말 서울아산병원 신관 6층 분만장에서 국내 가장 작은 아이가 태어났다. 출생 당시 체중 302g, 키 21.5㎝로 이름은 이사랑이었다. 이 아이가 생명의 기적을 만들어 낼 확률은 단 1% 미만이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은 이처럼 초극소저체중미숙아로 태어난 사랑이가 5개월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견디고 12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밝혔다.

사랑이는 엄마 뱃속에서 자란지 6개월 만에 태어났다. 당시 체중은 302g으로 국내에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가운데 가장 작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병원 치료를 받고 생존한 초미숙아 가운데 가장 작은 사례는 380g이었다. 외국에서도 400g 이하 체중의 미숙아가 생존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사랑이 엄마는 인공수정으로 임신했다. 하지만 임신중독증이 생겨 임신 24주 5일 만인 지난 1월 25일 원혜성 산부인과 교수의 제왕절개로 사랑이를 출산했다.

사랑이는 보통 신생아보다 4개월이나 일찍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심장수술이나 장수술 등 단 한 번의 수술도 받지 않고 모든 장기가 정상으로 성장했다.

일반적으로 몸무게가 1㎏ 미만으로 태어나는 미숙아들은 호흡기계, 신경계, 위장관계, 면역계 등 신체 모든 장기가 미성숙한 상태다.

사랑이의 경우 허파꽈리가 완전히 생성되기도 전인 24주 만에 태어나 출생 직후 소생술을 통해 겨우 심장이 뛸 수 있었다. 기관지 속으로 폐표면활성제를 투여받으며 겨우 숨을 몰아쉬는 정도였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팀은 그동안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쌓아 온 미숙아 치료의 경험과 노하우로 생존 확률이 1%도 채 되지 않는 사랑이의 생존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미숙아 괴사성 장염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모유수유라는 말에 사랑이 엄마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유를 유축했으며 출산 후 처음 한달간은 몸이 불편한 엄마를 대신해 아빠가 매일 병원으로 모유를 가지고 왔다.

그 결과 사랑이는 미숙아 괴사성 장염이 발병하지 않을 수 있었고, 600g 정도까지 자랐을 무렵에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적은 양의 산소만으로도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해졌다. 그처럼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해내며 사랑이는 어느덧 3㎏으로 건강하게 성장했다.

현재 국내에서 한 해 태어나는 1.5㎏ 미만 극소저체중미숙아는 3000명에 달한다. 2014년~2016년에는 163명의 500g 미만 초미숙아가 출생했고, 생존율은 28%로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33명의 500g 미만 초미숙아들이 태어났고 이들의 생존율은 52%에 이른다.

정의석 교수는 "한 뼘도 되지 않는 사랑이를 처음 보았을 때 그 작은 아이가 가쁜 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니 그저 살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위기 상황 때마다 사랑이 스스로 극복해내는 것을 보면서 생명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병섭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과장은 "최근 국내 출산율이 급감하고 미숙아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초미숙아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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