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자격인 전기기능장 실기 시험에서 출제위원, 관리위원, 학원장, 수험생, 인터넷 카페 운영자 등 74명이 가담한 조직적 부정행위가 이뤄져 관련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26일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부정행위를 한 피의자 74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시험장 관리위원 A(61)씨, 전기학원 원장 B(56)씨, 전기기능장 인터넷 카페 운영자 C(46)씨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 3명은 먼저 기소돼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62회 전기기능장 실기 시험 기간 수험생에게 나눠주고 남은 시험지를 몰래 들고 나와 복사해 팩스로 B씨에게 3회에 걸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를 통해 유출된 시험지는 B씨를 거쳐 순차적으로 전국 7개 전기 학원 원장과 전기기능장 인터넷 카페 운영자 C 씨에게 전달됐다.

조사결과 교사인 A씨는 최근 4년 동안 각종 전기 관련 시험의 관리위원 등으로 참여하면서 시험지를 유출해 학원 원장에게 전달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C씨는 유출된 시험 문제를 곧바로 풀이해 그 해답을 수험생 200명이 초대된 단체 SNS 대화방에 실시간으로 게시해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수험생 가운데 59명은 실기 시험에서 쓰기 위해 시험장에 가지고 들어가는 노트북을 이용, C씨가 올려놓은 정답을 보고 답안지를 작성하는 부정행위를 했다.

수험생들은 휴대전화 핫스팟이나 에그 등을 이용해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연결, SNS 카카오톡 대화방에 접속했다.

일부 수험생은 시험 시간에 노트북으로 C씨와 실시간 대화를 하며 답안을 작성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전기기능장 시험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데 부정행위에 가담한 수험생들이 카카오톡으로 답안을 받는 데는 불과 30분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실기 시험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으로 각각 선정된 D(56)씨와 E(34)씨는 학원 수강생들에게 자신들이 출제한 문제를 배포해 특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전기학원원장인 E씨와 F(46)씨는 학원을 운영하는 자는 실기 시험장의 감독위원으로 선정될 수 없음에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속이고 감독위원으로 선정된 혐의다.

E씨 등은 학원생들을 자신들이 감독위원으로 선정된 시험장에 원서 접수하게 한 후, 이들이 작성한 시험 답안의 점수를 높게 채점해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도 모두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적발된 일당 중 주범 3명은 먼저 기소돼 최근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황보승혁 울산지법 형사6단독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A·B·C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또 인터넷 파일 공유서비스를 활용해 시험 답안을 실시간으로 수험자들과 공유한 1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시험을 관리 감독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서울의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이러한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산업인력공단의 시험 출제·검토위원 관리 소홀과 고정적이고 획일화된 시험장 감독·관리위원 선정이 이번 부정행위를 가능하게 했다"며 "전기기능장은 취득 시 관련 분야 취업과 승진, 수당 등에 큰 혜택이 있을 만큼 비중이 큰 자격증이기에 엄격한 관리를 위한 공단의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이번 수사와 관련한 부정행위 방지 대책으로 부정방지신고센터 설치·운영, 랜덤식 감독위원 지정 위촉, 금속탐지기를 활용한 통신기기 휴대 사전 차단과 처벌 기준 강화, 관리위원의 문제지 접근 원천차단 등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면서 "향후 문제 유출 우려가 있는 종목은 문제은행식 출제에서 합숙 연금 출제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국가 자격시험의 공신력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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