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안전이 크게 문제가 된 적이 흔치 않다. 공역 중에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해도 궁궐과 능묘 조성 때 산릉도감에서 몇 명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농경사회로 수천년을 살아왔기에 ‘농자천하지대본’이란 개념은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은 알아도 ‘안전(安全)이 천하지대본야(天下之大本也)’라는 단어는 생경할 수 밖에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22일 영면했다. 김 대통령 취임 후 7개월여만인 1993년 10월 13일에 부안 격포 앞바다에서 서해훼리호가 침몰, 292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대통령은 고개를 떨궜고, 제2의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백서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2014년 4월 16일. 진도에서 세월호는 또 침몰했다. 서해훼리호가 정원을 초과해 승객과 짐을 실어 나르다 생긴 인재였다.

▲ 김영배 고문·논설위원
▲ 김영배 고문·논설위원

세월호는 어떠했는가. 20년전 김영삼 대통령이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세월호는 구조를 변경하고 차를 더 싣기 위해 안전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평형수까지 덜어냈다. 고박도 허술했다. 참사의 원인은 또 인재였다.
서해훼리호 악몽이 세월호를 통해 부활한 것이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만든 백서는 문서로만 남았을 뿐, 사고는 재탕이 됐다. 안전불감증에 걸린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제3, 제4, 제5의 사고는 과연 없을 것인가. 그런 참사가 우리의 역사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담보되고, 신뢰할 수 있다면 안심이겠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이나 국민의 안전의식을 보면 불안하기 그지없다.
 ‘설마’와 ‘대충대충’ 이란 안전불감증이 주범이라는 것을 누가 감히 부인할 수 있을까.
수없이 겪어왔고, 분노해 왔다. ‘대충대충’ 하는 상사를 아랫 사람들은 좋아 한다. ‘공자같다’ 거나 ‘법 없이 살 사람’ 이라는 듣기 좋은 말들을 한다.
반면 원칙을 중시하는 ‘철저한’ 사람들은 어떠한가. ‘피도 눈물도 없는 야박한 사람’으로 매도하지 않았던가. ‘아랫 사람만 괴롭힌다’고 되레 여론만 나빠져 승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물론 이와 다른 경우도 적지는 않겠으나, 우리 주변에서 허다하다.
불천노불이과(不遷怒不貳過). 논어 옹야(雍也)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 처럼 실수가 반복되어선 안된다. 
대형참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여러 분야에서 대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핵심은 '인간정신'이다. 바로 정신무장(精神武裝)’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것 하나만 단단히 한다면 예산 없이도 사고의 절반쯤은 예방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신무장의 요체를 ‘안전천하지대본야’라고 주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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