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백설은 희망의 새봄을 재촉한다.

남녘엔 벌써 봄의 전령사들이 도착했다는 뉴스가 나온지도 한참 됐다. 제주도는 말 할 것도 없이, 외도, 삼천포, 충무, 목포, 섬진강변에 따스한 봄의 손길이 스쳐도, 한강변은 아직도 냉풍이 몰아쳐 차갑기만 하다.

3월을 이틀 앞둔 날 예고된 춘설을 맞기 위해 28일 친구와 함께 북한산을 찾았다. 춘설이 서설이고 풍년지조라하니 은근히 한해가 기대도 된다.

사실 눈이란 게 시인묵객이나 도인들, 아동들, 연인들에겐, 옥진이니 육출화, 육화 등으로 미화되고 예술의 소재도 되지만,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도시노동자에겐 지장일뿐이고, 미화원에겐 그저 치워야하는 짐이요, 노역이 걱정될 뿐이다.

북한산에 펑펑 내린 눈은 인간 세상의 美·醜나 근심걱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걸 다 덮어버렸다. 순식간에 그저 순백의 땅 백설천지를 만들어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동심에 젖어버려 단발머리 친구들만 생각나게 한다.

북한산도, 건너 관악산도 천리백설에 적막하기만 하다. 설풍속에서 뒤뚱거리며 하산하다 보니, 따뜻한 차 한 잔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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