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이슈분석 <13> 효과적인 소방 홍보, 미 소방대원협회를 배워라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에게 소방대원이 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들의 결정이 곧바로 소방대원의 삶과 직 ·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국소방대원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Fire Fighters · IAFF)의 다양한 활동들은 주목할 만하다.

IAFF의 여러 가지 활동 중에서도 눈 여겨 볼 부분은 각 주별로 주지사, 시장, 시의회 의원 등 고위급 선출직 또는 임명직 공무원들을 소방훈련에 초대하는 'Fire Ops 101'이라는 프로그램이다.

IAFF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방대원들이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훈련에 참가한 사람들은 소방대원이 사용하는 방화복과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연기 속으로 들어간다. 평상시 해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구조와 화재진압 활동을 직접 수행하면서 강도 높은 육체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도 한다. 때로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색다른 경험도 하게 된다.

현장활동은 단순히 옆에서 지켜보는 것과 직접 해 보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런 훈련 프로그램은 현장상황을 실제적으로 반영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난이도로 구성되어야 보다 현실감 있고 정확한 소방활동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안전을 고려해 균형 잡힌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은 기본이다.

훈련에 참가하면서 정책결정자들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소방활동을 위해 필요한 소방대원의 인력, 개인보호장구를 포함한 소방장비의 필요성, 그리고 소방관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 보다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시간이 바로 소방대원들에게는 절호의 찬스다. 평상시 현장활동을 하면서 부딪치는 장벽들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에게 예산과 정책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겨냥한 체험훈련 프로그램은 그 효과가 상당히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훈련을 마친 사람들이 구슬땀을 닦으며 한결같이 전하는 메시지는 "어렵고 힘든 업무를 위해 평생을 일하는 소방대원들의 숭고한 정신과 가치에 대해 높은 수준의 존경심을 보낸다"라는 것이다.

이런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소방은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의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다각적인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소방의 발전은 곧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도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연말이 되면 대한민국의 정치인들과 고위층 정책결정자들이 소방서를 방문하곤 한다. 마치 군인들처럼 줄지어 서 있는 소방대원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고생한다'는 몇 마디 덕담을 건네는 것만으로는 소방을 충분히 홍보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우리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더 이상 소방의 문외한으로 만들거나, 혹은 재난 앞에서 그저 무능하게 지켜보고만 서 있는 무책임한 방관자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소방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손짓을 보내야 한다.

정책결정자들에게 안전한 현장활동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재난의 최일선에서 겪는 문제점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일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소방이 선제적으로 뛰어야 할 사명이기도 하다.

이건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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