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소방본부 22마리 활약, 위급상황땐 꼭 누워서 손 흔들어야 구조

산악구조견

'정승집 개', '개팔자 상팔자'란 말이 있다. 최근에는 개 장례식도 유행한다고 하니 '귀한 놈은' 사람보다 상위계급이 아닐까 싶다.

통치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기도 한다. 최근 고 박정희 대통령이 흰진돗개의 치아를 칫솔로 닦아주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도가 차지철을 물어 입원시켰다는 청와대 '박진도 경호관' 얘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경호실장 보다 대통령 곁에 가까이 있고, 잘 따랐다 해서 '박진도 경호관'이란 애칭도 붙었다. 위세당당했던 이 개는 뒷날 신당동 사저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처럼 인간과 오랫동안 친근하게 살아 온 동물은 아마 없다. 대인경호나 안보, 안전 등 특정분야에 사람과 기계의 능력을 능가한다. 역사적으로 세계의 모든 군에는 군용견(군견)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대전차견' 까지 있었다고 한다. 구 소련은 나치군의 땡크를 무력화하기 위해 개의 등에 폭탄을 묶어 적군의 탱크 밑으로 들어가 폭발하도록 했다. 일명 '자폭견'.  아프카니스탄 전투견은 현재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전투견은 전투지원은 물론 구인, 경비, 수색 등에 참여했다.

재난안전분야에는 인명구조를 담당하는 '수색견(Search& Rescue Dog)'이 있다. 유사시 인명을 구출해 내는 역할을 맡는다. 산악, 재해, 설상, 수중 · 수상구조견이 있다.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후각능력과 민첩성으로 승부한다. 후각은 사람보다 1000배에서 1만배까지 높아, 1㎞ 밖에서도 조난자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청각은 사람보다 40배 이상, 수색능력이 구조인력의 30∼60명 몫을 한다고 한다. 산악 · 수중사고, 건물붕괴 지점의 매몰자, 자살자, 치매노인 등 수색현장에서 구조장비와 같은 역할을 하는 특수훈련 된 사역견이다.

아프칸 전투군견.

하지만 구조견이 역량을 발휘하기 까지는 험난하다. 특수부대 병사 못지 않은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하고 철저한 관리를 받는다. 우리나라 인명구조견 운용은 8개 시·도 소방안전본부 특수구조대에서 22마리를 운용하고 있다. 시도는 구조견 전담운용사로 불리는 유능한 '핸들러소방사' 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전문지식과 동물사랑의 애정을 가지고 일체감을 유지하면서 구조견의 건강, 출동장비관리, 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구조견의 나이가 많아 지면 이별할 때 가장 마음 아프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들이다. 훈련과 작전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면서 가족같은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 외 재난현장에서 인명구조견이 성과를 올릴 때 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2014년 7월 경북 울진 송전탑 건설작업 인부를 경북119특수구조단 소속 3개월된 인명구조견 '제우스'가 찾아내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7월에는 실종된 치매할머니를 5시간만에 구해 낸 순천소방서 산악구조대 세퍼트 '에투스'의 이야기도 화제가 됐다. 특히 구조견협회로부터 최고등급을 받고 280여 회 출동해 20여명의 생명을 구한 후 지난달 말 은퇴한 부산소방안전본부 '세중'이는 스타 구조견이었었다.

은퇴한 인명구조견 세중

일부 인명구조견은 해외파견작전을 수행하기도 한다. 1999년 대만, 2003년의 알제리 등 해외지진 사고 현장에 파견돼 건물붕괴 등 대형 재난현장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2013년 필리핀 태풍피해 때는 1급 구조견 '캐빈'이 출동해 무려 30명의 사망자를 찾아냈다. 지난해 1월 네팔 지진 발생시에도 '캐빈'과 '앤디'가 출동해 큰 활약을 하면서 한국 구조견의 이름을 세계에 떨쳤다.

인명구조견은 훈련을 통해 별도명령을 받지 않아도 구조조끼만 입혀 주면 수색을 하도록 훈련돼 있다. 인간능력과 첨단기기로도 식별이 불가능한 실종자 위치를 신속 정확히 탐색해 낸다. 대구시 달성군에 있는 중앙119구조센터 국가인명구조견센터에선 '구조견 납품테스트'와 '구조견 경진대회'를 연다.

구조견은 일반 경비견이나 군견과 달라, 사람을 구하는 사명이 있기에 원만한 사회성과 강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기호품에 대한 물욕이 높아야 훈련성과가 높고, 인명구조견이기에 당연히 사람을 물면 안된다. 통상 여러명의 수색자들과 같이 행동하기에 움직이는 사람은 구하지 않고, 쓰러진 사람만 구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서도 구조요청 신호를 하기 위해 서 있으면 발견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기도 하다.

구조견은 종에 따라 구조능력에 차이가 있다. 체력이 강한 라브라도리 트리버는 수중, 뉴펀들랜드는 해양, 세퍼트 · 마리노이즈는 군견 · 마약탐지 · 방위 · 인명구조견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인명구조견이나 수색견 못잖게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맹인안내견'이다. 맹인안내견은 생후 3개월이 넘으면 맹인 가정으로 보내져 함께 생활하면서 친화와 적응훈련을 받는다. 변가리기, 운동과 훈육을 통해 올바른 성품을 가지도록 훈련된 뒤 주인의 눈이 돼 평생가족처럼 동고동락한다.

수년간 수백회의 출동과 인명구조에 나선 구조견은 화려한 은퇴식과 후견인을 엄선해 민간에 분양된다. 재난현장에서 활약한 인명구조견이야 말로 노후를 편히 보낼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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