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 현역의원의 의정보고회 '단상'

“영국 국민은 자신을 자유롭다고 믿는다. 이것은 중대한 실수다. 영국 국민은 의회 의원을 선출할 때만 자유로울 뿐이다. 의회의 구성원이 선출되자마자 국민은 노예가 된다.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자유를 누리는 짧은 순간에 영국 국민들이 이 자유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자유를 상실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너무도 유명한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의 말이다.

흔히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公僕)이라고 한다. 공복이 무엇인가. 국민의 노예란 뜻이다. 그런데 그들이 노예처럼 행동하는가. 진정 노예라고 여기는가. "나는 여러분의 노예이니 부려 주세요" 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사람을 출생 후 60여년만인 지난 7 · 30 보선에서 호남에서 당선한 새누리당 모의원 단 한사람을 보았을 뿐이다. 물론 그 사람이 아직도 노예라고 생각하는지는 차치하고 말이다.

정치의 계절이 될 거라는 얘기들이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치계절의 한가운데로 접어 들었다. 돌아 다니는 홍보지가 부쩍 많아지고, 정치문외한이요, 혐오자로서 정치인을 꺼려하는 사람한테도 초청장이 왔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이 13일 오후 4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 한경직 기념관 강당에서 의정보고회를 하고 있다.

인구 42만, 작지 않은 동네로서 거물들의 각축장으로도 유명한 서울 동작구 이야기다. 지난 13일은 두 명의 현직 국회의원 의정보고회가 있었다. 전 서울시장 후보로 유명했던 나경원 의원과 야당 중진 전병헌 의원이다. 둘은 동작 갑 · 을로 나뉘어져 있어 경쟁관계는 아니다.

4선의 야당 중진으로 국회 국민안전혁신 특별위원장인 전병헌 의원은 장승배기 동작문화복지센터 4층 강당에서 이날 오후 2시에 같은 당 동작구청장(이창우 · 45)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동행’이란 주제로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지난 업적을 각 동별로 소개하고, 더불어 민주당과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모친과 처 · 아들 · 딸 등 가족들을 소개하는 것이 이채로웠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3선의 여당 여류 중진 국회 외교통상위원장 나경원 의원은 2014년 7월 30일 보궐선거에서 노회찬 후보를 누르고 당선돼 중진 정치인 대열에 올랐다는 세평을 받는다. 짧은 기간에도 많은 일을 했다는 업적 소개와 장애가 있는 딸도 소개했다. 대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소란도 있었지만 행사는 적정 시간에 무난히 끝났다.

두명 다 거물정치인이라서 보고회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치료중인 사람까지 보이고 동별로 앉은 팻말을 보니 여전히 신선하지는 않았다. ‘아직도’ 라는 생각이 들고, 지난 시절의 그 양상이라 모양새가 좋지 않다. '국민이 진정한 주권자요, 주인이란 걸 알기나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뭐가 달라진대" , "4년 후에도 우리들의 삶은 하나도 변하지 않을 거야" 라는 노인의 자조와 비탄이 왠지 적중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계절은 쉬 지날 것인데 당선된다면 또 언제 저렇게 착해 보이는 얼굴을 볼 것인가.

들끓고 통탄하는 민심의 소리를 정확히 알고는 있을까. 그래도 비교적 무난히 일들을 많이 한다고 알려진 이들이라서 동작구를 위해선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요란한 계절이 지나고 소란없이 일하고, 국민을 위해 땀 흘리는 생산적인 국회를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 전병헌의원이 13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 동작문화복지원  강당에서 의정보고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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