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저층주거지 재생사업 성공하자 "이사 안갈래요"

주민주도형 저층 주거지 재생사업으로 다시 태어난 서울 은평 산골마을.

서울 은평 '산골(山骨)마을'이 '떠나고 싶은 곳에서, 이사 오고 싶은 마을'로 변신했다.

서울시는 2012년 주거환경관리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30억원을 투입한 서울 은평구 산골마을 주민주도형 저층주거지 재생사업을 5년만에 마무리 했다고 15일 밝혔다.

서대문구와 은평구 경계에 있는 이 마을은 1972년 통일로가 개설되면서 녹번동 71번지, 응암동 31번지로 갈라졌다. 두 마을 가구는 270세대.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데다 마을 대표는 77세, 총무는 80세다. 평균연령이 75세를 넘길 정도로 노인이 많다.

'에너지 빈곤으로 독거 노인이 숨졌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주거환경이 열악했다. 주민주도형 저층주거지 재생사업은 이같은 환경을 개선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골라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공동이용시설을 확충한 것이 핵심이다.

시는 2009년부터 산골마을과 비슷한 환경의 70개 구역에서 재생사업을 시작했다. 산골마을은 15번째로 완료된 지역이다.

'무재해, 가족같고 쾌적한 마을을 만든다'는 주제로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진행됐다. 매주 마을회의와 마을밥상을 통해 화합과 공동체 활성화에 팔을 걷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서울 은평 산골마을에서 벽화를 그리고 있다. 서울시 제공

녹번 산골마을 지역 재생활동가 원영미씨는 "아파트 입주전 잠시 살려고 했던 분이 정이 들자 입주하려던 아파트를 되레 판 경우도 있었다"며 "떠나고 싶은 마을에서 이제는 이사 오고 싶은 마을로 변화된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산골마을 주민공동체에 사랑방을 무상으로 기증했다. 주민들은 공동이용시설 '드림e'에서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녹번 산골마을 중앙의 지상 2층 '녹번산골 드림e'는 아담하고 활용도 높게 신축됐다. 응암 산골마을 정상에 자리잡은 '응암산골 드림e'는 기존 건축물을 활용해 리모델링됐다.

공동이용시설에는 어르신의 구수한 청국장으로 한끼를 나눌 수 있는 '마을부엌'도 자리를 잡았다. 노후주택을 수리해 주는 '맥가이버'가 상주하는 '마을관리사무소'를 두어 공동체 활동과 경제적 자립을 도와 줄 수 있도록 했다.

진희선 도시재생본부장은 "산골마을은 도시재생 사업이 물리적 환경개선뿐 아니라 소통으로 마을을 변화 시킨 좋은 사례"라며 "서울의 더 많은 저층 주거지 마을이 쾌적하고 따뜻해 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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