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계류 정부 발의 관련법 22건, 심사 일정 조차 못잡아

월성원전 1∼4호기

9월 경주 지진 등을 계기로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원전의 안전관리ㆍ감시를 강화할 법률안들은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에너지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16일 현재 국회에 계류된 채 통과되지 못한 원자력 관련 법안은 23건에 달한다.

정부가 발의한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개정안(1건)과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 22건 등이다. 이는 중간에 철회된 법안 2개를 제외한 것이다. 발의된 법안들의 주요 내용을 보면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들이 많다.

먼저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발의한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은 원전 밀집부지에 추가로 원전을 건설할 때는 신규 부지에 지을 때보다 규제를 더 강화하도록 했다.

원전이 밀집한 곳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가 막대할 텐데 똑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지난 10월 원전 안전설비 시공비리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에 따라 기존 부지에 추가로 원전을 지을 때는 다수호기 안전성평가 보고서와 다수호기 전력계통 신뢰도평가 보고서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했다.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제안한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은 수명이 다한 원전은 연장해 운영할 수 없도록 하고, 수명을 연장해 운영 중일 때는 이를 정지하고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무조건 폐쇄하도록 한 셈이다.

최명길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발의한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은 발전용 원자로 건설을 허가할 때 경제적 타당성도 따져보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은 기술능력, 방사성물질 등에 따른 인체ㆍ물체와 공공 재해 방지에 지장이 없을 것 등이 허가 기준으로 돼 있는데 경제적 타당성도 살피자는 것이다.

특히 건설비, 운전유지비, 연료비 등 원자력 발전에 직접 들어가는 비용 외에 사고위험 비용, 안전규제 비용, 입지갈등 비용, 정책 비용 등 간접비용까지 포함해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원전은 발전 연료가 싸 보통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발전폐기물 처리 비용이나 사회적 갈등 비용, 규제 비용 등이 발생하는 만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현재 면세인 핵연료에 대해 과세하자는 지방세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각 원전이 쓰는 핵연료의 가액 10%를 원전이 설치된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원전 주변지역 주민의 안전대책 마련, 생활환경 정비 등에 사용된다.

발전용 유연탄이나 유류, 가스에는 개별소비세가 부과되지만 핵연료는 면세 혜택을 받아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배덕광 의원(새누리당)은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원자력 관련 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여야 간 이견으로 법안 심사 일정도 못 잡고 있다"며 "원전 관련 법안이라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원전이 환경이나 폐로 비용 등을 고려하면 고가의 에너지라는 인식이 크지만 한국 전력시장은 연료비 중심으로만 운영돼 한계가 있다"며 "안전성도 함께 고려한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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