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사제동행 교육문화 탐방 프로그램 학부모 감사 편지
동문회와 장학재단 '후배들 기 살리기' 예산지원 통 큰 화답
중구청, 우수학생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학 견학경비 지원

▲ 서울 중구 신당동 성동고(교장 권영기)가 진행한 '사제동행' 프로그램에 동문들이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왼쪽부터 홍연표(23회) 장학재단 이사장, 송수근(27회) 총동문회장, 김태영(34회) 사무총장. ⓒ 성동고
▲ 서울 중구 신당동 성동고(교장 권영기)가 진행한 '사제동행' 프로그램에 동문들이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왼쪽부터 홍연표(23회) 장학재단 이사장, 송수근(27회) 총동문회장, 김태영(34회) 사무총장. ⓒ 성동고

"송수근 성동고 총동문회장님(27회·전 문체부 차관·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홍연표 장학재단 이사장님(23회·전 중앙대 의대 교수), 김태영 사무총장님(34회·한국외대 교수) 세 분께 공동으로 보내는 감사의 글입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 지난 1일 서울 중구 신당동 성동고 교무실에 배달된 한 통의 손 편지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언뜻 보면 형편이 어려운 학부모가 학교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성동고의 제주도 문화체험 활동에 선발돼 다녀온 뒤 자녀가 보인 '특별한 변화'에 대한 감사가 물씬 풍긴다.

제주도 교육문화 탐방 활동은 2022년 취임한 권영기 초빙 교장과 성동고 동문회의 절박한 심정이 담긴 일종의 '재도약'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된 성동고의 '제주도 문화 탐방'은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한 '사제동행 교육문화 탐방' 프로그램이다.

에코랜드 테마파크 탐방을 시작으로 난타, 981 레이싱, 주상절리, 항공우주박물관, 아쿠아 플라넷, 빛의 벙커 체험 등 평범한 관광이 아닌 '배움과 성장이 있는 수준 높은 교육문화 탐방'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게다가 학생은 물론 성인들도 경험하기 쉽지 않은 5성급 호텔 메종 글래드는 교육문화 탐방 프로그램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이렇게 흔치 않은 수준높은 교육 프로그램의 수혜자는 누구였을까. 성동고 재학생 중에서 학업성적이 우수하거나, 성적이 많이 오른 학생, 학교생활 우수 학생 등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선발된 미래의 인재들이었다.

▲ 서울 중구 신당동 성동고(교장 권영기)가 동문회와 장학재단 후원으로 진행한 제주도 사제동행 프로그램에 학부모가 감사의 손 편지를 보냈다. ⓒ 성동고
▲ 서울 중구 신당동 성동고(교장 권영기)가 동문회와 장학재단 후원으로 진행한 제주도 사제동행 프로그램에 학부모가 감사의 손 편지를 보냈다. ⓒ 성동고

편지를 보낸 학부모는 "공부를 썩 잘하지 못하는 아이가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말에 믿어지지 않았다"며 "교육문화 탐방을 다녀온 뒤 아이가 전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어 한다"고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학교, 총동문회, 장학재단이 한마음이 돼 최상의 교육문화 탐방 기회를 제공해 학교에 대한 자긍심 고취와 성취동기를 향상하고자 했던 의도가 제대로 꽃을 피운 셈이다.

사제동행에 참여한 학생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소중한 배움과 체험을 한 행복한 성장 기간이었다"며 "자부심이 생겨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고 엄지손을 치켜 세웠다.

다른 공립고와 동일하게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되는 성동고는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했을까?

성동고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명문고다. 1906년 '황성기독교 청년 학관'으로 개교해 일제 치하에서는 독립운동, 6·25 전쟁 시에는 학도병으로 참여했다. 지금까지 3만6000명의 동문을 배출해 '애국 명문고'로 불린다.

▲ 서울 성동고가 동문회와 장학재단 후원으로 진행한 2023년도 우수 학생 및 교직원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학부모의 호응을 얻고 있다. ⓒ 성동고
▲ 서울 성동고가 동문회와 장학재단 후원으로 진행한 2023년도 우수 학생 및 교직원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학부모의 호응을 얻고 있다. ⓒ 성동고

동문들은 정관계에서 성동고의 기상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계에서는 이규택 전 국회의원(9회)을 비롯해 정진석 의원(28회), 김길성 서울시 중구청장(34회), 장호진 국가안보실장(29회) 등이 눈에 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37회)을 비롯해 문화계에서는 유오성 배우(34회)와 최현석 프(40회)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명문 성동고도 학생수 감소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권영기 교장은 "2017년 인근에 공립고등학교 2곳이 개교해 학급수와 학생수가 급감하고 있기에 지금 재도약을 하지 않으면 학교 존폐 위기가 닥쳐올 수도 있다"며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을 예견하고 성동고가 재도약할 수 있는 중장기적 로드맵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학교 발전 전략을 구상해왔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부여한 '특별한 교육문화 체험'을 제공해 이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지렛대'로 삼은 것이다. 면학 분위기 향상을 토대로 '명문고로의 부활'만이 살길이라는 판단에서다.

▲ 서울 성동고가 동문회 후원으로 진행한 2023년도 우수 학생 및 교직원 문화체험이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성동고
▲ 서울 성동고가 동문회 후원으로 진행한 2023년도 우수 학생 및 교직원 문화체험이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성동고

작은 '교육혁명'으로 학교 재도약에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부친 사람은 권영기 교장. 그는 취임후 총동문회, 장학재단의 전통과 능력에 비해 학교와의 협력 활동이 미약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권 교장은 동문회와 장학재단 이사회에 참석해 학교 발전을 위한 실제적인 전략을 브리핑한 뒤 후배들 기살리기 프로젝트 지원을 호소했다.

신임 교장의 '열정과 진심'에 동문회와 장학재단은 즉각 화답했다. 장학재단은 정관을 개정, 학생과 교직원의 연수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모교와 후배들에게 다양한 교육문화 체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프로젝트 예산 전액을 통크게 지원했다.

이렇게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학업 성취동기를 유발하는 프로그램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23년 1월 처음 실시된 제주도 사제동행 교육문화 탐방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올해 실시된 2차 체험은 학생과 학부모의 큰 호응 가운데 보다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수준높고 품격있는 제주 교육문화 탐방을 다녀온 뒤 아이들이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 권영기 성동고 교장(왼쪽)이 부임후 추진한 2023년도 우수 학생 및 교직원 문화체험이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권영기 교장이 참여한 교직원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성동고
▲ 권영기 성동고 교장(왼쪽)이 부임후 추진한 2023년도 우수 학생 및 교직원 문화체험이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권영기 교장이 참여한 교직원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성동고

학교장의 진심이 담긴 탁월한 기획은 관내 자치단체인 중구청의 마음도 움직였다.

중구청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 동기에 날개를 달아 주기 위해 1학년 학업 성적 우수자 4명을 선발, 미국 아이비 리그 명문대학 탐방을 추진했다.

'학생이 돌아오는 중구를 만들겠다'는 김길성 중구청장의 의지와 중구청 장학재단의 핵심 목표가 성동고의 비전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들은 권영기 교장 취임 이후 성동고의 교육환경이 확 달라졌다고 입을 모아 크게 호평하고 있다.

취임후 학교도서관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신 설비와 뛰어난 건축미를 갖춘 '별마루도서관'을 설치해 개관했다. 모든 교과 교실의 리모델링도 단행했다. 모든 교실에 전자 칠판을 설치한 것을 비롯해 AI교실과 진로활동실을 구축하고, AR클라이밍도 설치했다. 

한마디로 학교 시설의 전면적 리모델링으로 '환골탈태'를 감행해 최첨단 교육환경을 만들고 있다. 2년 만에 놀라울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며 '명문고 부활'이라는 목표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교육환경에도 성동고는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고교학점제를 기반으로 한 대입 수시 전형에 대비하기 위해 장충고와 공유캠퍼스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중구청, 동국대와 MOU를 체결해 '학교 밖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등 학생 선택 중심 교육과정 운영의 내실화를 이루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권영기 서울 성동고 교장이 부임 후 추진한 제주도 사제동행 프로그램이 학부모와 동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권영기 서울 성동고 교장이 부임 후 추진한 제주도 사제동행 프로그램이 학부모와 동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권영기 교장은 "학교 발전을 위해서 동문들이 더욱 단합해 학교와 후배를 지원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며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말과 같이 역사와 전통이 있는 성동고는 명문학교로 다시 재도약해야만 학생수 급감에 대비할 수 있고 학교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장은 "총동문회와 장학재단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학교와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에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어머니 손편지를 통해 그동안 학교장이 펼친 역점 사업의 방향이 옳았음을 확인했고, 남은 재임 기간 동안 전 교직원의 마음을 모으고 성심을 다해 학생 교육과 학교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동문들에게도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성동고의 사제동행 우수학생 교육문화 탐방, 이 작은 개혁이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재도약의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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