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IC를 통해 만들 수 있는 국제학생증. ⓒ ISIC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 ISIC를 통해 만들 수 있는 국제학생증. ⓒ ISIC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경쟁사가 발급하는 국제학생증이 '가짜'라며 허위 내용의 광고를 게시한 업체들에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국제학생교류카드사(ISEC) 대표가 한국국제학생교류회(ISIC)와 여행사 키세스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ISIC와 키세스항공 측이 ISEC 측에 공동으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국제학생증은 ISEC와 ISIC 두 종류다. 유료로 발급되는 국제학생증을 소지한 학생은 해외여행 때 숙소·박물관 등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 ISEC와 ISIC는 각각 미국 ISEC 본사, 국제 ISIC 협회와 한국 독점 대리점계약을 체결해 국제학생증 발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키세스 항공사는 ISIC 국제학생증 발급 관련 업무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ISIC 측은 2001년 '국제학생여행연맹과 유네스코가 공동착안한 만국 공통의 학생신분증', '해외여행시 학생신분을 인정받고 각국의 제도화된 학생할인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학생 ID카드', '국제학생증 진짜와 가짜의 비교, 진짜 국제학생증 ISIC 샘플사진' 등의 내용을 기재한 홍보물을 작성해 대학 등에 배포했다.

ISEC 국제학생증은 가짜고 ISIC 국제학생증만이 세계 유일의 진짜 국제학생증인 것처럼 광고한 것이다.

ISEC 측은 같은 해 소송을 제기해 2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았다. 또 ISIC 측이 허위사실을 포함한 홍보물을 배포하면 안 된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2004년과 2019년 ISIC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ISIC는 다시 한 번 '유네스코가 인증한 세계 유일의 학생 신분증인 국제학생증'이란 광고를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사용했다. ISEC도 4000만원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재차 제기했다.

법원은 "부당한 광고"라며 ISEC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ISEC 학생증도 적법한 절차로 발급돼 각 나라에서 학생 신분 증명과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피고의 광고 행위는 ISIC 국제학생증만이 진정한 국제학생증인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허위·과장광고"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공정위 역시 광고 행위가 표시광고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반복해 밝혔음에도 ISIC 측은 홍보 문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ISEC 측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상근 판사는 "ISIC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로 인해 ISEC가 재산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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