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나리 국제수영연맹 익사예방워킹그룹 아시아대표
▲ 신나리 국제수영연맹 익사예방워킹그룹 아시아대표

지난 7월 25일은 세계 익사 예방의 날(World Drowning Prevention Day)이다. 익사는 세계적으로 매년 23만6000건이 발생하는데, 피해자의 대부분 24세 미만의 아동과 청소년이다. 

사고장소 90%는 저소득 국가의 강, 호수, 우물, 가정용 물 저장 탱크 등에서 일어난다. 수변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개도국에서 강물과 호수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일터가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이 이러한 일터의 주된 노동 인력이다.

익사는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어느 정도 예방 가능한 사고다. 그래서 익사는 '재해'에 속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사고'로 분류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에티엔 크루그(Etienne Krug) 국장은 "누구에게나 익사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익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익사가 불가피한 재해이기도 하지만, 그 어떤 사고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익사는 결코 개도국과 저소득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예방 시스템과 재해대비 매뉴얼이 없다면, 선진국도 익사 사고에 있어 무방비 상태가 된다. 

한국은 2021년 7월 2일 개최된 제68차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그룹 A(아시아·아프리카)에서 그룹 B(선진국)로 변경되며,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국의 안전교육과 사고 예방 매뉴얼은 선진국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330명의 사망자를 낸 1953년 창경호 침몰사고,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2017년 사상 최악의 세월호 참사, 그리고 이후에도 2019년 헝가리 유람선 한국인 관광객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잇달았다. 

비단 해상사고뿐 아니라,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때는 서울 동작구와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 살던 주민이 숨지는 사고도 생겼다.

서울 시내 반지하 주택 중 '침수예상지역'에 위치한 곳만 1만5102호에 이른다고 한다. 언제든 수중 사고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해가 지날수록 기후변화로 잦아지는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들도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물과 관련된 안전사고 예방과 재해 매뉴얼을 지금은 더이상 예전 방식으로 운용할 수 없는 환경인 셈이다.

또한 이러한 사고들이 생겼을때 정부와 정치권이 사고 후 수습이라는 틀에 박힌 공식으로 접근해서도 안된다.

해양 및 수중전문가, 건설·토목 전문가, 기상학자와 과학자, 그리고 소방·의료·안전 예방 전문가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매뉴얼과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

예측할 수 있는 상황뿐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고에 대한 국민 모두의 안전의식 확산과 철저한 예방 교육이다.

미국, 영국과 같은 오래된 선진국은 유아시기부터 안전교육을 생활 속에 스며들게 한다.

학부모의 의식, 학교와 사회의 인식이 아이들과 청소년의 안전한 미래를 담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제도적으로 사회정책을 정비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러한 움직임이 '진짜' 선진국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 신나리 논설위원 = 국제수영연맹 익사예방워킹그룹 아시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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