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사외이사 후보 노승권 변호사 격려금 받아 재판
주주총회 앞두고 부적절 사외이사 선임 추진 비판 고조

▲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왼쪽)·노승권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운데)·전찬혁 세스코 회장. ⓒ 세이프타임즈 DB

주요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일부 부적절한 사외이사 후보가 논란에 휩싸였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올해 주총에서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사외이사로 임명할 예정이다.

최 전 국정원 2차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해 지난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오리온 사외이사 후보 노승권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차장을 맡았던 당시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격려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효성중공업과 오리온은 법률 전문성을 이유로 이들을 후보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도덕성에 결격 사유가 있는 사외이사는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자동차의 사외이사·감사 후보인 전찬혁 세스코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학연이 논란거리다. 전 회장과 정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이다.

기아차는 세스코를 키운 전 회장의 경영 전문성이 검증됐다고 판단해 사외이사 후보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용대 법무법인 도울 변호사(왼쪽 첫번째)·김소영 전 대법관(왼쪽 두번째)·조남관 전 법무연수원장(왼쪽 세번째)·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차관. ⓒ 세이프타임즈 DB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외이사 후보인 김용대 전 서울가정법원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은 전력이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기도 했다.

효성그룹의 사외이사 후보인 김소영 전 대법관은 법무법인 김앤장에 재직하고 있다. 앞서 김앤장은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효성을 고발한 사건과 조현준 총수 일가의 세금 관련 법정 분쟁도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나 임원진과 친분이 있는 사외이사는 기업 감시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제주항공은 각각 안도걸 기획재정부 전 차관과 조남관 전 법무연수원장을 사외이사 후보에 올렸다. 이들처럼 공직에서 퇴임한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기업과 정부 정책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물릴 우려가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꾸린 내각 인사 청문회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의 사외이사 전력이 논란이 됐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에서, 박보균 문화부 장관은 신세계인터내셔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삼성전자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

업계 관계자는 "유죄가 확정됐거나 총수 일가와 친분이 있으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받기 힘들다"며 "논란이 있는 사외이사의 선임은 기업의 준법 경영에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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