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이슈분석 <36>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소방관이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조건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천명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소방관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안전처 장관과 시도지사를 향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라며 권고안을 제시했다.

1981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스위스 제네바 총회에서 채택한 '산업안전보건과 작업환경에 관한 협약'을 고려해 본다면 대단히 늦은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이라도 소방관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위원회의 결정은 지난해 실시된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른 후속 조치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일반직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들어 소방관의 보건과 안전에 뒷짐을 지고 수수방관했던 정부의 자세에 제동건 것으로 분석된다.

위원회 권고는 크게 6가지다. 첫 번째는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을 개정, 국민안전처 장관과 시도지사에게 관리 감독의 책임을 부과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현장안전점검관의 보건안전교육 이수기준을 마련하고, 세번째는 소방관의 휴식, 휴가, 병가 사용 권리를 충분히 고려하라는 것이다.

지역간 소방력 격차 해소를 위해 소방력이 부족한 시도에 우선 충원이 이루어지도록 하며, 청력 보호기와 감염의복 전용세탁기 보급, 감염예방 교육을 강화하라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동안 소방관은 부족한 인력과 불충분한 개인 보호장비로 개인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충분한 조치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해 왔다. 소방활동 특성상 일반 근로자 집단에 비해 10~20배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는 통계가 뒷받침한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안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이다. 그런 이유로 미국과 같은 행정 선진국으로 갈수록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방관에 대한 예우는 각별하다. 예우의 핵심은 높은 급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재난에 대응하는 소방관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정책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간혹 소방의 선진화를 외적 요인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만든 정책이나 장비를 우리 현실에 맞는지 검증하지 않은 채 도입한 뒤 '소방의 선진화'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소방관의 건강과 안전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빈틈없는 대응체계를 갖춰야 하는 소방관들은 교대근무, 야간근무, 불규칙한 식사와 휴식으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전쟁 같은 재난현장을 누비느라 수면장애, 우울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으로 정신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관은 소방관이기 이전에 한 개인으로써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존엄성은 존중돼야 마땅하다. 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소방관의 직무 특성에 맞게 건강하고 안전한 정책과 장비를 마련, 진정한 '소방의 선진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건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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