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고교생 80% 수면 부족…학원·수행평가 과제도 수면 방해

강원 춘천 시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A 양은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자정께 귀가하면 스마트폰을 붙잡고 눕는다.

SNS로 친구들과 채팅하고, 관심 있는 프로그램까지 찾아보다 보면 새벽 2시 가까이 돼 잠을 자게 된다.

다음 날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는 A 양은 1교시부터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부족한 잠은 쉬는 시간 의자를 붙여놓고 눕거나 수업시간을 이용해 보충한다.

A 양은 "밤에 귀가해 스마트폰을 열면 1∼2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며 "어떤 친구는 수업시간 두 시간 연속으로 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고등학생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주범'이 스마트폰이라는 학생들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춘천 시내 고교생들이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와 수면 시간을 설문조사한 결과.

강원도교육청 학생기자단이 최근 춘천 지역 고교생 145명을 대상으로 수면 시간과 관련해 설문 조사한 결과 116명(80%)이 '수면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수면 시간이 줄어든 요인으로는 학생 65명(44.8%)이 스마트폰(SNS)을 꼽았다.

이어 학원 22명(15.2%), 숙제 및 수행평가 과제 40명(27.6%), 게임 3명(2%), 기타 14명(9.7%) 순이다.

학생들의 수면 시간은 약 6∼7시간이 63명(43.4%)으로 가장 많았고 약 4∼5시간 61명(42%), 약 8∼9시간 10명(6.9%) 등이다.

수면 시간이 3시간 이하라고 응답한 학생도 7명(4%)이나 됐다.

9시간 이상 잠을 잔다고 대답한 학생은 4명(2.8%)에 그쳤다.

춘천 시내 고등학교에서는 오후 9∼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이 이뤄지고, 학원은 자정까지 운영된다.

또 학교와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나 수행평가 과제물도 적지 않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이나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하는 청소년 수면 시간은 8.5∼10시간이다.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고교생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번 춘천지역 학생들의 수면시간 조사결과는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6월 한 달간 초등학교 4학년부터 전국 고3까지 6천261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인문계 고교생의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간 50분에 불과했다.

청소년들의 짧은 수면 시간은 자살 생각 등을 최대 2.5배까지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나라 10대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중 1위는 자살이다.

을지대 의료경영학과 유기봉 교수와 연세대 보건대학원 박은철 교수팀은 2011∼2013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참여한 중·고생 19만1천642명을 대상으로 수면과 자살 행동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해 영국에서 발간되는 국제학술지(BMJ Open)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하루 중 수면 시간이 7시간이 채 안 되는 학생들은 7시간을 자는 학생들보다 자살 생각을 한 비율이 1.5배 높았다.

반면 7시간을 넘겨 자는 학생들은 자살 생각 비율이 0.6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연구팀은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하루 7∼8시간이면서 취침시간은 11시, 기상 시간은 7시일 때 청소년들의 자살 관련 행동의 위험도가 가장 낮았다고 설명했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건전하게 활용하도록 지도하는 교육도 한계가 있고, 학교 밖 아이들의 생활까지 규제할 수도 없어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학교뿐만 아니라 학부모, 우리 사회가 이 같은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학생들이 건전한 생활을 하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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