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이슈분석 <34>

국민안전처가 소방관 소통채널로 '두드림'이란 정책을 선보였다.

계급조직의 수직적 상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고 바로 잡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소방관에게 다양한 의사소통 정책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두드림'은 업무를 시작하기 전 '상대와 소통하기 위해 문을 두드린다'는 의미다. 일선 소방관과의 소통, 화합을 통해 소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국민안전처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계급 조직의 일방적인 지시와 비교할 때 진일보된 양방향 소통시스템이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대전, 세종, 광주, 창원 등의 소방관이 시장이나 기관장과 소통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드림'이 또 다른 형태의 마녀사냥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두드림'이란 소통의 문을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두드려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두드려도 철옹성 같은 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양방향 소통'은 최종적으로는 현장에 다시 반영되는 사이클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고충과 건의를 했다가 비판이나 불이익을 받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잘못 두드렸다가, 오히려 크게 두들겨 맞을 수도 있다"는 자조까지 나올 정도다.

남성 소방본부장이 주재한 '두드림' 회의에서 여성 소방관에게 성희롱이나 성차별의 문제가 없는지 물어본다면 효과적인 소통이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근거 없는 비방이나 음해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과제다.

소방서나 본부에서 묵살된 안건도 '두드림' 회의를 거쳐 중앙소방본부에 제출할 수 있다는 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계급조직에서 말이다.

자발적인 소통 활성를 외치면서 운영결과를 시ㆍ도 평가에 반영한다고 하니 이율배반이 아닌가.

최근 소방서의 한 구급대원은 '두드림'을 믿고 고충을 털어 놓고 보직 변경을 요청했지만 인원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오히려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고, 마음의 짐만 더 쌓아 올렸다고 하소연을 했다.

'두드림'을 통해 당장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탁상행정이 될 소지가 많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관련 분야 전문가나 외부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소방관이 두드릴 곳이 없어서 언론이나 국회의원 사무실의 문을 두드린 것이 아니다.

엄격한 계급구조에서 벙어리로 만드는 무언의 압력, 집에서 먼 곳으로 인사발령을 내는 악의성 인사, 무조건 감추려는 보신문화 등이 소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었다.

소통부재는 꾸준한 관심과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취지를 잘 살린 진정한 '두드림'이 될 수 있도록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이건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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