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의로 1인 가구 인구 절반 이상…"빈곤에 취약해 사회 안전망 강화해야"

"혼자 사는 걸 원하는 건 아니에요. 3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지만 제가 영업사원이다 보니까요. 기본급은 월 150만원에 수입이 불규칙해 요즘 같은 세상에 안정적으로 살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결혼을 못 하는 거죠."

직장 생활 3년 차인 박모(32)씨는 이달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중 전체 인구의 27.2%, 520만 3천 가구 중 하나인 '1인 가구' 생활자다.

박씨는 결혼을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자신도 여자친구도 결혼하고 싶지만 집을 마련하는 등 결혼 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박씨는 "결혼은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면 하고 싶어 이직을 고려 중"이라며 "부모님도 이 상황을 이해해주고 계시지만 귀가하고 혼자 있으면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결혼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9년째 혼자 사는 직장인 이모(28·여)씨는 최근 전 재산을 털어 직장 근처 보증금 6천만원에 월세 45만원인 집으로 이사했다.

잦은 야근으로 연애할 시간도 없고 결혼 자체에 대한 회의감으로 결혼을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모아 놓은 돈으로 더 편한 삶을 위해 주거에 투자한 것이다.

이씨는 "1년 전만 해도 차곡차곡 돈을 모으면서 결혼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결혼 비용을 생각하면 '결혼은 사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결심했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1인 가구를 선택하는 이들은 많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강모(39·여)씨는 '비혼'(非婚)을 결심한 적이 없지만 이대로라면 결혼을 하지 않을 작정이다.

동료처럼 평생을 같이할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10대 후반부터 이미 하고 있었다.

강씨는 "혼자 사니 살림이나 시간 조절이 여유롭고 쾌적해 아무 불편 없이 만족하고 살고 있다"며 "다만 주위에서 억지로 짝을 지우려고 하는 점이 불편해 이제는 그냥 무시하고 산다"고 했다.

가구 구성 중 2위를 차지한 '2인 가구'(499만 4천 가구·26.1%)는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갖지 않는 이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다.

결혼 5년 차인 권모(35·여)씨는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과 아이를 갖지 않기로 약속했다.

권씨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험한 세상에 아이를 낳고 부모의 역할을 다할 자신이 없었다"며 "사회 환경이 개선된다면 아이를 입양할 생각도 가지고 있지만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자녀들이 분가하고 생활하는 노부부도 2인 가구의 유형 중 하나다. 두 사람 중 하나가 먼저 사망하면 1인 가구에 편입된다.

이렇게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에서 2대가 사는 핵가족으로, 다시 1대만 홀로 사는 1·2인 가구로 가족의 모습이 변화하면서 소비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나홀로족의 수요가 높은 소형 오피스텔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유통 업계는 변질할 우려가 있는 식료품을 소량 단위로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술을 마시는 '혼술족·혼밥족'이 늘면서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국세청 사업자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편의점과 패스트푸드 사업자 수는 각각 작년보다 11.6%, 7.5% 증가했다.

문화 생활도 마찬가지다. 작년 CGV 영화관을 찾은 관객 10명 중 1명은 1인 관람객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1·2인 가구의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생길지를 고려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할 때라고 지적했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책을 내기도 한 아주대 사회학과 노명우 교수는 "개인이 원해서 혼자 살면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혼이나 자녀가 함께 살지 않아 박탈되는 경우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1인 가구의 증가는 고령화 문제와도 직결돼 더 가속할 것"이라며 "어느 가구 형태보다 빈곤에 취약한 형태라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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