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이슈분석 <31> 책임있는 행동과 실천이 답이다

뉴스를 보는 일이 고역이다.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고만 봐도 그렇다.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는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졸음운전으로 41명의 사상자를 냈다. 30도가 넘는 폭염속에 유치원 통학버스에서 홀로 8시간 가까이 방치된 4살 어린이가 며칠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에서는 부모가 자리를 비운 사이 4살 아이가 수영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같은 날 양평의 한 선착장에서도 바나나 보트를 타다가 떨어져 나온 사람과 부딪힌 대학생 한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부산 해운대에서는 50대 간질 환자의 무책임한 운전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을 치어 17명의 사상자를 냈다.

"무서워서 밖에 나갈 수가 없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혹자는 사고원인을 전적으로 국가의 잘못으로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안전사고 원인을 인프라 부족, 국가정책 부재로 돌려서는 안 된다.

안전사고 원인은 국가정책이나 매뉴얼의 부재나 관련법, 공권력의 상실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문제다. 자신의 편리함만을 표방한 이기심, 다른 사람의 안전은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위가 주범이다.

우리나라가 2009년 공식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후 6년이 지났지만, 품격에 어울리지 않게 후진국형 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월호 참사후 정부는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이라는 비전을 내걸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자신이 귀 기울이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니 이곳 저곳에서 공허한 메아리만 맴돌 뿐이다.

타인에게 엄격한 안전기준을 요구하면서 자신에게만은 관대한 해석의 이중성이 우리 안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게으름도 문제다.

나부터 행동해야 한다. 아이 손을 잡고 무단횡단하는 부모도 바뀌어야 한다. 문어발식 코드를 사용하는 사람도 바뀌어야 한다. 용접을 하면서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사람, 등산때 라이터를 가지고 가는 사람, 한적한 국도에서 신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달리는 사람들 모두 바뀌어야 한다.

안전은 사회구성원의 책임있는 행동과 실천을 요구한다. 이 명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월호가 아직 피어 보지도 못한 어린 영혼들을 끌어안고 어두운 나락으로 추락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해명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 깊게 박힌 안전불감증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잃어야 뿌리 뽑힐 수 있을까.

'안전'을 단물 빠지면 내뱉는 껌 정도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안전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권장하는 '안전홍보대사'가 돼야 한다.

'세이프 코리아(Safe Korea)'라는 '안전한류' 바람을 통해 아이들이 미래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모순덩어리 대한민국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이건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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