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테러일 가능성이 점점 더 굳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테러설을 반박해 오던 러시아 정부의 태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음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9일(현지시간) 자국 관영 신문 '로시이스카야 가제타'와의 인터뷰에서 "테러 가능성이 여객기 사고의 원인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지금까지 러시아 정부는 여러 가설을 균등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최종 결론은 국제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메드베데프 총리의 발언은 이같은 러시아 정부의 기존 입장에 모종의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날 부총리들과 함께 여객기 추락 사고 원인 분석 및 대책 회의를 열었다.
 회의 뒤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부총리는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 이집트 외의 다른 노선에 대한 러시아 항공기 취항 금지 조치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정부 소식통은 현지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에 "이집트로의 여객기 운항 금지 조치가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으며 다른 나라로의 운항 금지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여객기들에 대한 테러 위협이 상당히 높음을 방증하는 발언이다.
 러시아는 지난 6일 이집트를 오가는 자국 항공기 운항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고 현지로부터 자국민을 철수시키는 작전에 착수한 바 있다.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 프란츠 클린체비치는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세력)'이슬람국가'와 다른 테러조직들이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며 "러시아가 테러 대상 국가가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 정부 고위인사는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는 이집트 보안 당국의 대실패"라며 이륙 전 여객기에 관계자가 아닌 다른 인물이 접근했었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AP 통신은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공항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보안당국자들을 인용해 공항내 보안 규정 위반이 수시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전기를 아끼려고 화물검색스캐너를 꺼버리거나 여객기로 음식과 연료 등을 운송하는 차량은 운전사가 아는 사람일 경우 아예 검사도 하지 않고 통과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테러분자들이 여객기로 폭발물을 반입하기위해 샤름엘셰이크 공항 당국으로 잠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은 9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영국이 샤름엘셰이크로의 자국 항공기 운항을 중단시키고 휴양지에서 자국민을 철수시키는 조치를 취한 것은 러시아 여객기 사고가 테러 때문이라는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폭발물이 사고 원인인지에 대해선 이집트와 러시아 전문가들이 훨씬 더 잘 알 것"이라며 확실한 답은 사고기 잔해 분석 등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며 국제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객기 잔해의 폭발물 흔적 분석 결과는 일러야 1주일 뒤에나 나올 것이라고 러시아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미국 연방수사국(FBI)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와 이집트에 범죄전문가 파견과 다른 지원 등을 제안한 상태라며 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와 이집트는 범죄전문가를 파견하겠다는 미국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미국 CBS 방송은 전했다.
 러시아 중소항공사 소속 에어버스 여객기는 지난달 31일 이집트의 홍해 연안 휴양지 샤름엘셰이크를 이륙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시나이반도 북부 상공에서 추락해 탑승자 224명 전원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