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소법원 GMO 표시·QR코드 규정 '위법' 판결
미국 연방 제9순회항소법원이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 기준과 관련해 최근 미국 농무부(USDA) 시행규칙의 핵심 조항 두 가지를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고도로 정제된 식품의 표시 면제 기준과 QR코드 등 디지털 방식 표시 규정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에 중요한 판단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법원은 옥수수기름, 콩기름, 정제 설탕 등 고도로 정제된 식품에서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표시 의무를 면제해 온 규정이 상위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QR코드·문자메시지 등 디지털 방식만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규정도 소비자 접근성이 낮다며 장래적 파기를 명령했다.
쟁점은 GMO 표시 대상을 규정한 '포함(contains)'의 해석이었다.
법원은 USDA가 이를 '검출 여부' 기준으로 축소 해석한 것은 법률의 범위를 임의로 제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국내 제도와도 유사점이 있어 주목된다.
현행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는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표시 의무를 면제해 식용유와 당류 등이 대부분 표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미국에서 위법 판단을 받은 논리 구조가 한국에서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가 "원료가 GMO였다면 검출 여부와 관계없이 표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정부와 산업계는 "검출되지 않을 만큼 정제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이번 미국 판결은 검출 중심의 기준이 더 이상 규제 합리성의 근거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현재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위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관계자는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GMO를 안전성 논쟁의 프레임에만 가둘 것인가, 아니면 원료 이력과 정보 공개를 둘러싼 사회적 약속의 문제로 관점을 옮길 것인가"라며 "미국에서 30년 만에 나온 이번 판례 변화는 한국 GMO 표시 정책에도 향후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제도 해석의 변화가 나타난 만큼 한국도 원료 이력과 정보 접근성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