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철 칼럼] 캐나다 금융상품 비용·수익률 '공시' 배워야 한다

2025-11-25     신중철 논설위원(경영학박사)
▲ 신중철 논설위원(경영학박사)

변액보험·연금저축보험을 포함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비용과 수익률의 공시 제도를 캐나다의 제도 발전 사례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캐나다에는 보험사와 자산운용사가 제공하는 변액보험(IVIC·Individual Variable Insurance Contract)에 대해 총비용보고(TCR·Total Cost)와 개인수익률(PRR·Personal Rate of Return) 제공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2026년부터 시행된다.

이는 단순히 보험상품에 국한돼 새로이 도입된 제도가 아니라, 캐나다 금융 규제의 지난 10여년 흐름 속에서 완성된 투자자 중심 규제의 확장판이다.

그 배경에는 2014~2016년 단계적으로 도입된 CRM2(Client Relationship Model Phase 2)가 있다.

CRM2는 캐나다 증권규제당국(CSA·Canadian Securities Administrators)이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해 추진한 대규모 공시혁신이다. 투자계좌의 개인 수익률(PRR)과 모든 비용 공시, 투자자의 이해력 제고를 목표로 한 제도다.

CRM2는 2016년 7월 최종 시행을 마쳤고, 그 이후 캐나다 금융시장에서는 고객이 '자신의 계좌에서 실제로 얼마를 벌고 얼마를 비용으로 냈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

이번 IVIC(보험·투자 결합상품)에 PRR과 TCR의 도입은 CRM2의 철학을 보험상품 영역까지 확대 적용한 것이다.

캐나다의 두 규제기관(증권·보험규제당국)은 CRM2로 증권계좌에서의 공시 개선은 이뤄졌지만, IVIC에서는 여전히 보증(Guarantee) 구조·보증 비용·보험 요소로 인한 복잡한 NAV 변동이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다는 문제를 확인했다.

보험과 투자가 결합된 상품일수록 비용구조 복잡해지고, 보증 수수료가 장기 성과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지만, 고객은 이를 알기 어렵다.

결국 CRM2가 '투자 계좌의 투명성'을 만들었다면, 이번 제도는 '보험 투자상품의 경험 투명성'을 완성하려는 시도다.

새로 보험 투자상품에 도입된 개인수익률(PRR)은 고객 개인의 실제 현금흐름을 모두 반영한 것으로 내부수익률에 기반한다. 이는 단순히 펀드 기준가가 올랐는지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수익률이 아니라, 고객이 언제 얼마를 넣고 뺐는지, 보증 비용으로 인해 가치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등 현실적 요소를 모두 반영한다.

특히 IVIC에서 보증 비용은 고객의 시장가치를 꾸준히 잠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존의 단순 '펀드 수익률'만으로는 고객이 자신의 순수익률을 제대로 알 수 없다.

IVIC에 PRR을 도입한 것은 이런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고, 고객에게 '당신이 실제로 경험한 수익률'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TCR 제도는 모든 비용(관리보수, 보증 비용, 자문 비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CRM2의 '비용 투명성' 원칙을 그대로 계승한 조치로, 고객이 보험상품을 투자상품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한다. 

고객은 보험사와 자산운용사의 복잡한 비용 구조 뒤에 숨겨진 비용을 더 이상 추정할 필요가 없다. 제공된 정보를 이용하여 고갱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캐나다의 이번 조치는 투자와 보험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에 투명성이 소비자 보호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도 변액보험·연금보험·IRP·장기 펀드 등 다양한 장기 금융상품이 확산되고 있지만, 개인화된 수익률은 제공되지 않는다.

비용과 수익률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동일했지만, '투자원금대비수익률'이라는 무의미한 숫자만 제공되고 있다. 그것도 투자상품에 국한되어 있다.

금융당국의 전문지식 부족과 충분한 검토 없는 제도의 졸속 시행에 따른 결과다. 변액보험이나 비적격연금저축보험에서는 각종 수수료와 보장 비용이 투자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에 대한 공시방안이 전혀 없다.

캐나다가 CRM2를 기반으로 보험상품을 포함하는 더욱 강화된 PRR·TCR 체계를 도입하는 등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을 거치는 것과 대비된다.

한국 역시 장기 투자·보장 상품의 역할이 확대되는 만큼, 고객 중심 관점에서 PRR 제공·총비용 공시·보증 구조의 투명성을 관련 상품 전체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PRR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의미 있게 개선하는 것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신중철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경영학박사) = 증권사와 종합금융에서 10년 이상 파생상품과 증권의 리서치와 투자업무를 했다. 펀드평가사에서 20년 이상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펀드·연기금·퇴직연금 등의 평가와 컨설팅을 했다. 서울시립대·국민대·한양대 등에 출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