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유해가스에 6명 사상 … 이희근 사장 고개숙여
보름 사이 10명 사상 '안전불감' … 안전TF 3개월 '무용지물' 경찰 중대재해법 수사 착수 … 원하청 안전 시스템 전면 도마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유해가스 흡입으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중대재해가 또다시 발생했다.
이는 지난 5일 화학물질(불산) 누출 사고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불과 보름 만에 벌어진 일로, 장인화 회장이 추진하는 포스코그룹 차원의 안전 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안전 관리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포스코와 관계당국에 따르면 20일 오후 1시 30분경 포항제철소 STS 4제강공장에서 공장 내 하수구 슬러지(찌꺼기) 청소작업을 하던 용역업체 직원과 포스코 직원 등 6명이 유해가스를 흡입하는 사고를 당했다. 당국은 작업 중 발생한 유해가스(일산화탄소 추정)에 작업자들이 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고로 슬러지 청소를 하던 50대 용역업체 직원 2명과 현장에 있던 40대 포스코 직원 1명이 작업 중 발생한 유해가스를 흡입하는 사고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이 가운데 2명은 자발순환회복했지만 여전히 중태이고 1명은 의식장애로 중증인 상황이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포스코 소방대 방재팀원 3명도 구조 작업 중 유해가스를 마셨으나 경증으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 중대재해수사팀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 규명을 위한 기초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배관 찌꺼기 제거 작업 시 발생한 충격이나 배관 부식 등으로 일산화탄소가 누출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특히 작업자들의 안전장비(보호구·마스크) 착용 여부, 위험성 평가 이행 여부, 안전관리자 배치 등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관리 체계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사고 현장에는 유해가스가 잔류하고 있어 조사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며 고용노동부는 해당 작업장에 작업 중지 권고를 내렸다.
앞서 이달 5일에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압연부에서 하도급업체 직원들이 배관을 밟고 이동하던 중 불화수소산(불산)이 흐르던 배관이 파손돼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배관은 외부 충격에 취약한 플라스틱 소재(PVC 등)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포스코 그룹 사업장에서는 1월 포스코이앤씨 추락 사고, 3월 포항제철소 설비 끼임 사고, 7월 광양제철소 구조물 붕괴 사고 등 심각한 인명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장인화 회장은 7월 대통령의 강한 질타 이후 8월 그룹 안전특별진단 TF 가동 및 안전 전문 자회사 설립 등 안전 혁신을 내세웠다.
하지만 혁신 선언 3개월여 만인 11월 5일 유해가스(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보름 후인 11월 20일 또다시 유해가스(일산화탄소 추정) 흡입 사고가 발생하여 3명이 중태에 빠지는 등 총 6명의 사상자가 나오면서 안전 혁신 노력이 현장에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방성준 금속노조 포항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원청은 물량 중심, 이윤 중심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하청업체 일용직 노동자가 직접 고용되지 않는 이상 안전 사고는 재발된다"며 노동자의 직접 고용과 안전관리를 촉구했다.
포스코는 이날 이희근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임직원을 대표해 사고를 당하신 분들과 가족분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과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사고 발생 즉시 사고대책반을 가동하고 관계 기관의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사고를 당하신 분들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조치를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철저한 반성과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