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재용의 뉴 삼성, 미전실 부활 악몽
최근 삼성그룹 내부 사태는 단순한 뉴스 가치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용의 뉴 삼성' 핵심을 곪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의 보도를 비틀거나 늦춰보려는 시도는 삼성의 시스템 개혁을 늦출 뿐이다.
일각에서는 인사철을 맞아 이 사안이 조용히 묻히기를 원하며 침묵한다. 인사가 곧 만사라면 '사람을 다루는 제도'의 근본적인 실패를 바로 지금 직시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라는 낡은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재용 회장이 선언한 '뉴 삼성'은 지금 발밑에서 무너지고 있다. 그 근원에는 해체했다고 선언했던 '미래전략실 악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부터 시작해 그룹의 심장부인 삼성전자 DS 부문 7만5000명에게까지 번진 개인 정보 관리와 성과급 조작 의혹.
이는 단순한 개별 계열사 인사팀의 일탈이나 본사 관리자 개인의 실수로 보기에는 너무나 공교롭고 제보가 지속됐다는 점에서 그간 곪아온 상처가 터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심증을 갖게 한다.
취재가 진행될수록 사업지원TF(현 사업지원실)라는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전사적 인건비 절감 목표(18.3%)를 달성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를 아우르는 구조적 통제 시스템을 가동했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이 통제 시스템은 직원들의 '마음건강 치료 이력'과 사생활이 담긴 고과 기록까지 관리하는 비인간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는 인륜의 파괴이자, 노무 관리를 빙자한 사찰과 다름없다.
결국 인사 시즌을 통해 이 문제를 덮으려던 시도는 실패했다.
정현호·박학규 사장 간 인사 주도권 갈등이 불거지며 사장단 인사가 지연됐다는 의혹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문건 유출 사태를 통해 드러난 비인간적 인사 통제와 이어진 정 부회장의 용퇴(책임론) 의혹이 언론에서 제기된다는 사실은 '이재용 뉴 삼성'의 근본적인 철학이 얼마나 얄팍한지 드러낼 뿐이다.
만약 이 문제가 외부 유출이 아니라 내부 방치였다는 삼성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그룹의 핵심 기술력만큼이나 직원 정보 관리 시스템의 수준이 형편없다는 자백이나 다름없다.
이재용 회장이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ESG 경영 원칙은 직원들의 신뢰를 밟는 내부 통제 시스템 앞에서 허울뿐인 껍데기로 전락했다. 노조를 통해 드러난 "OPI(성과급) 지급률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인 '적정자본'을 TF의 입맛에 맞게 조작했다는 의혹"은 삼성의 성과 보상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키웠다.
더욱이 최근 도입된 장기 성과급 PSU(성과연동 주식보상)마저도 3년 뒤 주가에 연동시키는 불확실한 기준으로 인해 직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반도체 부문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기반의 투명하고 상한 없는 보상 시스템으로 직원들을 미래의 파트너로 대우할 때, 삼성은 여전히 낡은 통제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제도적 실패다. 사태가 그룹 전체로 확산되었음에도 이 회장이 약속했던 독립적인 준법감시위원회를 비롯한 모든 감시 기구들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45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와 좋은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신뢰를 조작된 성과급과 감시 시스템으로 밟아버린 기업이 과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논할 수 있겠는가.
이 회장은 이제 '리더십 부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법적 리스크 회피를 위한 준법경영이 아닌, 회사 구성원 한명 한명이 납득할 수 있는 진정한 신뢰 회복에 나서야 뉴 삼성의 기치가 올바로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