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좌초 여객선 목포 입항… 해경, 운항 과실 판단

해경 "좌초 여객선, 변침 시기 놓쳐"… 운항 과실 판단 경실련 "중대시민재해 예방적 안전관리로 전환해야"

2025-11-20     김수연 기자
▲ 19일 오후 8시 17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도 남방 족도에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2만6000톤급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사고 발생 9시간여 만에 인근 항구로 들어왔다.

20일 목포해경에 따르면 신안군 장산면에 위치한 족도(무인도)에 좌초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선사(씨월드고속훼리)에서 동원한 예인선 4척이 만조 시간에 맞춰 선미에 줄을 묶어 당기는 방식으로 좌초 상황에서 벗어났다.

섬 가장자리 위로 선체가 올라타듯 좌초된 사고였지만 선체에 구멍이 나거나 누수가 생기지는 않아 자력 이동이 가능했다.

승객들은 전원 무사히 구조됐으나 일부는 좌초 충격으로 경미한 통증이나 신경쇠약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중상 이상의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객선의 좌초 원인으로는 뒤늦은 방향 전환 등 운항 과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사 전담반을 구성한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채수준 서장 등 지휘부는 20일 전남 목포시 목포해경 전용부두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배가 변침(방향전환)을 뒤늦게 해 평소 항로를 벗어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지점인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은 연안 여객선들의 항로가 빼곡한 협수로에 속한다. 협수로에서는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해 통상 선박은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해 운항하지 않는다.

해경은 항로변경 시기를 놓친 과실이 중대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김용진 해경경찰청장은 앞선 현장 브리핑에서 "선장 또는 항해사의 과실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장과 항해사 등의 음주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파도 높이는 약 0.5m로 잔잔했다.

해경은 당초 알려졌던 사고 발생 시각인 전날 오후 8시 17분보다 1분 이른 8시 16분쯤 선박교통관제센터(VTS)가 퀸제누비아2호로부터 신고를 접수했다고 전했다. 최초 신고자는 1등 항해사인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다만 119상황실 최초 신고자는 승객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선사와 승무원들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해경이 살펴 볼 지점이다.

해경은 승객 전원을 함정으로 이송한 뒤 여객선에 남아 있던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선내에서 확보한 항해 기록 저장장치(VDR),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이 실마리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는 20일 오전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무안 제주항공기 참사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공중교통수단인 여객선에서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대상의 범위도 한정적일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예방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한계가 있다"며 "중대시민재해를 일으킨 행위자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에 더해 세부적인 예방 규정을 마련하고 예방을 소홀히 하는 자에 대한 벌칙을 두어 예방적 안전관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