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푸드] 단감 vs 홍시 '변비' 유발 과일은?

2025-11-21     김미영 기자
▲ 마트 과일 진열대에 주황색 감이 수북이 쌓여 있다. ⓒ 김미영 식품전문기자·영양사

계절이 바뀌는 건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지만 그 변화를 일상생활 속에서 빠르고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는 마트 과일 진열대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진열대에 주황빛 이 수북이 쌓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을 제철 과일인 만큼 맛과 영양도 풍부하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넉넉히 즐기기에 좋은 시기다.

그런데 감을 많이 먹다 보면 흔히 '감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리니 적당히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말 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가 생기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과 오해가 반반 섞여 있다. 감이 변비를 유발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무조건 변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감에는 떫은맛을 내는 탄닌(tannin) 성분이 많다. 특히 단단하고 덜 익은 감일수록 많이 들어 있다.

탄닌은 장 점막의 단백질과 결합해 점막을 수축시키고 장운동을 느리게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장 안의 수분이 흡수되고 장 내용물이 단단해지면서 배변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변비가 생기는 것은 아니고 개인의 장 상태, 수분 섭취량, 식이섬유 섭취량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 잘 익은 홍시가 소쿠리에 담겨 있다. ⓒ 김미영 식품전문기자·영양사

감을 먹으면 변비가 잘 생기는 경우에는 우선 잘 익은 감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탄닌은 숙성이 진행될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아삭한 단감도 완전히 단단한 것보다 약간 말랑한 단감이 탄닌 함량이 낮다.

홍시는 숙성과정에서 떫은맛이 거의 사라지고 탄닌 함량이 낮아져 변비 위험이 가장 적다.

또 하루 섭취량도 성인 기준 하루 1~2개 정도면 충분하다. 감은 과당·포도당 등 천연 당분이 높은 편이라 당뇨가 있거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은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감에는 수용성·불용성 식이섬유가 비교적 고르게 들어 있지만 탄닌이 장운동을 늦출 수 있다.

따라서 감을 먹을 때는 물을 충분히 마시거나 감만 단독으로 먹기보다는 배·사과, 요구르트·샐러드 등 수분이 풍부한 음식과 먹는 것이 좋다.

탄닌 함량이 높은 감은 공복에 먹기보다는 식사 후 간식으로 먹는 것이 좋다. 반면 일반적으로 잘 익은 단감이나 홍시는 탄닌 함량이 낮아 공복에 먹어도 큰 문제가 없다.

무조건 변비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막연한 걱정으로 감을 멀리하기에는 탄닌의 건강 효능이 더 많다.

탄닌은 단순히 떫은맛을 내는 성분이 아니라 폴리페놀 계열의 식물성 화합물로 항산화, 항균, 혈관 건강 등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다.

탄닌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 손상을 억제해 노화 방지와 피부 건강, 만성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막고 혈압을 조절하는 등 심혈관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 곶감은 건조 과정에서 수분이 줄어드는 대신 베타카로틴과 식이섬유 등 영양소 농도가 높아진다. ⓒ 김미영 식품전문기자·영양사

감은 단맛만 강한 과일이 아니다. 영양 면에서도 가을철 과일 중 균형이 가장 잘 잡힌 편에 속한다.

단감 1개에는 하루 권장량의 30~40%에 해당하는 비타민 C가 들어 있으며 홍시는 수분 함량이 높아 단감보다는 약간 낮지만 여전히 충분하다.

감의 주황색 색소인 베타카로틴은 눈 건강·노화 방지·항산화 작용에 도움을 준다. 특히 곶감은 건조 과정에서 수분이 줄어드는 대신 베타카로틴 농도가 높아져 농축된 상태로 섭취할 수 있다.

홍시와 곶감은 수분이 줄어들면서 단감보다 식이섬유가 더 농축되기 때문에 장 건강과 포만감 유지에 도움된다.

감은 흔히 '변비 유발 과일'로 오해받지만 이는 덜 익은 감을 많이 먹었을 때에 국한된 이야기다.

충분히 익은 감을 적당량 먹으면 오히려 면역 강화, 항산화, 피로 회복 등 다양한 건강상 이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가을 제철에 수확한 감은 영양과 맛이 가장 뛰어난 시기이므로 올바른 섭취법을 이해하고 즐긴다면 감은 훌륭한 가을 건강식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