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산업재해 887건 기업 명단 첫 공개
정보공개센터, 2년 소송 끝에 원청·하청 실명 포함 전체 자료 확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현황을 전면 공개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공개는 법원의 1·2심 승소 판결에 따른 것으로, 정부가 원청·하청 기업명을 모두 포함한 중대재해 자료를 공개한 최초의 사례다.
정보공개센터는 2023년 3월 22일 고용노동부에 '2022년 중대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수사 및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원청·하청 기업명을 비공개했다. 이에 정보공개센터는 2023년 10월 16일 서울행정법원에 비공개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4년 10월 17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용노동부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 역시 2025년 10월 2일 정보공개센터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두 차례에 걸친 판결을 통해 중대재해 발생 기업 명단을 공개해도 고용노동부 주장대로 수사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정보공개센터는 항고 마감기한인 11월 4일 고용노동부에 2022년부터 2024년 3년간의 중대산업재해 현황 자료 공개를 청구했고, 고용노동부는 11월 14일 원청·하청 이름이 포함된 전체 자료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27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약 3년간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는 총 887건이다. 이로 인해 943명이 사망하고 152명이 부상했다. 이 중 552건(62.2%)이 하청에서 발생했고, 사망자의 63.8%(602명)가 하청노동자였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사고가 일부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 사고의 25% 이상(226건)이 사고 건수 상위 10% 기업(73개사)에서 발생했으며, △대우건설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와 △한국전력공사 △산림청 등 공공기관에서도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는 "이번 자료 공개로 중대재해가 특정 기업에서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노동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구직자가 안전한 일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중대재해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보공개센터는 공개받은 자료를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찾기'(www.nosanjae.kr) 웹사이트를 통해 시민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채용정보 플랫폼에서 구인 기업의 산업재해 발생 여부를 공개하도록 하는 직업안정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월 12일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국회의원(울산 동구)과 함께 구인 기업의 산재 발생 여부를 알리도록 하는 직업안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중대재해 정보공개 확대를 위해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