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동서발전 사장 즉각 해임해야 하는 이유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에서 9명이 매몰되고 7명이 사망했다. 산업현장의 비극을 넘어 지역 토호 정치인이 공공기관 사장 자리에 앉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권명호 사장은 2006년 울산 동구의회 의원에서 시작해 구청장, 광역의원, 국회의원까지 밟아온 지역 정치권력의 대표적 '토호세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몫으로 임명한 공기업 사장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취임사에서 "안전 최우선"을 외쳤다. 하지만 1년만에 한국 산업재해사에 남을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토호 정치인 인사의 구조적 한계가 만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권 사장은 취임사에서 "무탄소에너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며 다윈의 말을 인용했다. 조직혁신, 미래경쟁력, 안전강화,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조했지만 모든 말은 현실에서 공허했다. 현장은 변하지 않았고, 조직의 안전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위험성 평가도, 해체 공정 검증도, 비용 압박에 시달리는 하청 구조 개선도 없었다. 정치적 수사는 넘쳤지만, 노동자의 생명을 지킬 실질적인 조치는 보이지 않았다. 말은 화려했지만 발밑의 현실은 곪아 있었다. 무능과 방치가 7명의 노동자 죽음이라는 최악의 방식으로 드러났다.
안전불감증은 마치 양파껍질처럼 끝없이 벗겨지고 있다. 해체 순서 임의 변경, 안전관리자 배치 부실, 설계 검토 미흡, 현장 감독의 실종, 위험성 평가 '서류 공장', 공정 간 조율 부재, 하청사 간 책임 떠넘기기까지 ….
안전시스템이란 게 존재했는지 의문일 정도다. 본사-사업소-협력사로 이어지는 안전의 사슬 전체가 썩었다.
더 큰 문제는 이 비극적 참사가 벌어진 동서발전이 2023년에 대한민국 안전대상 대통령상과 안전문화대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국가적 수치다.
정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조직'이라며 상을 준 공공기관에서 7명의 노동자를 죽였다. 표창이 허위였다는 의구심이 든다.
행정안전부와 소방청은 동서발전의 수상 자료를 즉시 재검증해야 한다. 전시성 캠페인, 사진 중심의 행사 실적, 종이로 만든 안전성과가 발견되면 즉각 취소해야 한다. 심사위원들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도 전면 조사를 해야 한다.
이번 참사는 단순히 공기업 한 곳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왜 이런 토호 정치인이 공공기관의 사장이 됐는가'에 있다.
권 사장은 울산 동구 지역에서 수십년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전형적 토호세력이다. 지역에서 정치적 지반을 다지고, 그 힘을 기반으로 여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까지 올랐다. 이후에는 정부가 공기업 사장으로 '보상하듯' 임명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공기업 사장은 산업 전문성, 안전 리더십, 조직관리 능력이 핵심이다. 동서발전 참사는 이같은 인사의 위험이 현실로 드러난 사건이다.
사장의 사퇴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 정도의 참사가 발생했다면, 더 이상 조직 내부의 책임 문제가 아니라 임명권자의 책임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힘 출신 인사를 공기업 사장으로 앉혔다. 1년만에 최악의 안전 참사를 일으켰다면, 책임은 당연히 국가로 확장된다.
새로운 국가 리더십이 출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결단해야 한다. 권명호 사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
정치적 낙하산 인사 논란을 끊고, 공기업의 안전리더십을 다시 세워야 한다. 산업 현장의 붕괴가 아니라 안전과 인사의 국가 시스템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토호 정치인에게 공기업을 맡겨서는 안 된다. 죽음 앞에서 변명할 시간을 허락해서도 안 된다.
7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죽음 앞에서 책임을 회피할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