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암행어사' 출두 … 공정위 직접감시 착수

감시관 위촉·익명제보센터 신설 사후 대응에서 예방 보호체계로

2025-11-05     김은서 기자
▲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중기 기술보호 감시관 12명을 위촉하는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정위

정부가 대기업 기술탈취로 인한 중기피해 근절을 위해 직접 상시 감시하는 '사전예방형 기술보호체계'를 가동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업종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중기 기술보호 감시관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한 '2024년 중기 기술보호 수준 실태'에 따르면 한해 기술탈취 피해는 지난해 299건, 손실액은 5442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하도급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은 거래단절·보복우려·업계평판 악화 등을 우려해 손해배상은커녕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실에 따르면 기술침해 분쟁을 겪은 기업 가운데 83.3%가 소송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

설령 소송을 진행해도 기술침해 증거 대부분이 가해 기업 내부에 존재하기에 입증이 어렵다. 실제로 소송을 진행한 중기 73%는 가장 큰 문제로 증거수집의 어려움을 꼽았다.

공정위는 그동안 △징벌적 손해배상제 △과징금 상향 등으로 기술탈취 근절에 나섰지만 대부분 피해신고 이후 제재하는 사후 대응에 머물렀다.

기술탈취 근절대책의 핵심은 신고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감시·입증·구제 등 전 과정을 선제적으로 개편한 '적극행정형 사전예방' 전환이다.

공정위는 기술보호 감시관 12명을 통해 기계·전자·소프트웨어 등 기술유용이 빈번한 업종을 상시 모니터링한다. 벤처기업협회는 익명제보센터를 신설, 중기가 거래단절 우려 없이 제보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입증책임 전환과 증거개시제 도입 등 법·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피해기업이 아닌 가해기업이 독자개발 과정을 증명해야 하며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현장 증거를 직접 확보할 수 있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가 도입된다.

공정위가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법원 요구 시 제출할 수 있도록 '자료제출의무제'도 신설할 예정이다.

또 과징금을 재원으로 한 '피해구제기금'을 신설, 소송비 지원과 재기자금 융자 등 실질적 구제도 병행한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기술탈취를 사후에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민관 협력 감시망을 통해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