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3년만의 면피성 감사 … 분노스럽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3년 만에 나온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윤석열 행정부의 책임을 은폐하기 위한 조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맹렬히 비판했다.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는 24일 공동 성명을 통해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대규모 참사에 대해 무책임한 감사 결과를 내놓은 감사원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특히 감사원의 고의적인 '시간 끌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감사원은 참사 직후인 2023년 1월 연간 감사계획에 이태원 참사 감사를 포함했었다"면서 "그러나 참사 1년 후에서야 감사를 시작했고 그 조차도 2년을 끌어 징계시효 만료 직전인 지금에서야 발표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감사원은 참사 책임자인 공직자들을 아예 감사의 대상에도 올리지도 않았고, 결과적으로 징계를 피하도록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고 질타했다.
유가협 등은 감사 자체가 '이태원 참사'를 정조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0일 감사원에 '이태원 참사 감사 결과' 공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사실을 상기시키며 "당시 감사원은 2025년 1월 6일 유가족협의회에 회신을 보내며 갑자기 재난 및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감사 실지 감사를 종료하고 행정안전부 등 주요 감사대상기관으로부터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고 정부의 재난대응 '시스템 감사'를 했다는 감사원의 우회적인 답이었다"며 "그러고도 10개월이 흐르고서야 23일 감사 결과가 발표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이 내놓은 결과의 내용 역시 "분노스럽다"고 일축했다.
이들은 "감사원이 이태원 참사(2022년)와 더불어 밀양 세종병원 화재(2018년), 경북·강원 동해안 산불(2022년) 등 서로 다른 재난참사를 동일 선상에 놓고 '정부 재난 대응 시스템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감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감사원이 '외형적 재난관리 인프라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라고 전제한 뒤 재난이 반복되는 이유로 '재난관리를 수행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적었기 때문'이라며 '걸맞는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고 발표한 대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경찰 특수본이 참사의 원인을 '군중유체화 현상'이라고 발표하며 마치 그 자리에 모인 다수의 사람을 탓한 것만큼이나 말도 안 되는 감사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0만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예측에도 애시당초 인파관리 대책을 수립하지도 않았고, 위험을 감지한 사람들의 112신고를 무시했으며 구조활동이 늦어짐에도 대응 단계를 제때 격상하지 못한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이 처우가 부족해서였다는 이 감사 결과를 도대체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유가협 등은 참사의 근본 원인을 '공직자들의 직무유기'로 규정했다.
이들은 "시스템도 다 있었고, 인파 예측도 있었고, 신고도 있었지만 결국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느라 꼼짝도 안 하고 책임을 방기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직무유기를 감사하지 않았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들은 "지난 3년 간 감사원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혹을 비롯한 윤석열 정권에 불리한 감사는 부실투성이 감사에 시간끌기 등 봐주기로 일관했다"며 "헌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내팽개치고 무책임한 감사결과를 내놓은 감사원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규정했다.
한편 유가협 등은 같은 날 정부가 합동감사를 통해 공직자 62명을 징계 처분키로 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정부 합동감사의 범위나 대상에서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한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159명이라는 대규모 인명이 희생된 참사에서 제대로 된 감사 없이 이런 식으로 감사를 끝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참사 당시와 전후 참사의 예방과 대비, 수습과 대응 과정 전반에서 정부기관들과 공직자들이 자신들의 직무를 함에 있어서 어떠한 미흡함이 있었는지 명명백백히 감사토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국회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재감사를 신속히 의결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