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안전평가 사각지대가 지반침하 사고 불렀다
손명수 의원 "상시 자동계측 체계로 강화 필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손명수 의원(더불어민주당·용인을)은 17일 "지하안전법 시행 이전에 착공된 지하공사 상당수가 안전평가 대상에서 제외돼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며 정부의 전면 점검을 촉구했다.
손 의원이 서울시, 경기도,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2018년 1월 지하안전법 시행 직전까지 수도권에서 착공된 지하공사는 28곳(경기도 23곳, 서울시 5곳)으로 모두 지하안전평가를 받지 않았다. 이 가운데 12곳은 지하철과 복선전철 등 대규모 굴착공사였다.
지하안전평가는 굴착 깊이 20m 이상인 공사나 터널공사 시 지반과 지질 안정성, 지하수 변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로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시행 이전 착공 공사는 모두 대상에서 제외돼 통합적 안전관리 체계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손 의원은 "대규모 공사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되는 것은 국민 안전에 대한 책임 방기"라며 "국토교통부와 관계 기관은 시행 이전 공사에 대한 전수조사와 특별점검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지반침하(싱크홀) 사고 역시 이 같은 제도적 공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 지점은 서울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1공구(2021년 착공)와 세종포천고속도로 고덕터널(2017년 착공)이 맞닿은 곳이다.
9호선 공사는 지하안전평가를 거쳤으나 고덕터널은 법 시행 전 착공으로 평가 대상이 아니었다.
서울시는 당시 9호선 평가 과정에서 고덕터널 구간을 '요주의 범위'로 지정하고 한국도로공사와의 협의 및 정밀 시공 계획이 필요하다고 명시했지만, 고덕터널 공사는 평가 면제로 인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검증할 수 없었다.
손 의원은 "법의 공백이 결국 안전의 공백을 만들었다"며 "국토부는 시행 이전 공사와 사각지대 구간의 위험요인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국토교통부 표준매뉴얼은 굴착공사 중 지반 위험도에 따라 수동·자동 계측 빈도를 구분하지만, 손 의원은 "대형 침하 사고 대부분이 시공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위험도 구분 없이 상시 자동계측 체계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의원은 "대규모 지하공사가 법적 관리망 밖에서 진행되는 현실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정부는 제도 미적용 구간의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지반계측 기준도 즉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