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철 칼럼] 투자자 수익률 '왜곡' 납입원금 대비 수익률 폐기해야 한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의 수익률이 낮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작 투자자 본인조차 자신의 '진짜 수익률'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수익률은 투자자의 성과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단순 숫자에 불과하다.
이 문제의 출발점은 2019년 금융감독원이 도입한 '납입원금대비수익률'이다. 당시 금감원은 금융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실질수익률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순화가 지나쳐서 수익률로써의 가치를 상실했다.
이 방식이 겉으로는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보이지만, 입출금이 여러 번 발생하는 장기투자나 연금상품에서는 투자성과를 왜곡한다. 실제 투자기간이 짧은 중도 입출금까지도 전체 투자기간 동안 투자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갑돌이는 퇴직 후 9000만원을 IRP 계좌에 입금해 연 5%의 확정금리를 주는 상품에 가입했다. 3년 후 그의 적립금은 약 1억419만원, 납입원금기준 누적수익률은 15.76%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시작했지만 생활비로 매월 100만원씩 인출한 을숙이는 3년 뒤 적립금이 6561만원이며, 누적 수익률은 12.9%로 계산된다. 같은 상품인데도 '중도인출'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익률이 낮게 표시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병태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해 연 6%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을 선택하고 매년 300만원씩 3년간 납입했다.
그의 납입원금대비 누적수익률은 12.49%로, 실제로는 갑돌이보다 높은 금리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오히려 낮게 나타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 해에 납입한 300만원은 3년, 둘째 해 납입금은 2년, 마지막 해 납입금은 1년만 운용됐다. 그러나 납입원금대비수익률은 이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납입금이 3년간 투자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납입원금기준수익률은 투자자의 실제 투자성과를 왜곡시킨다. 결과적으로 투자자 자신이 선택한 상품의 수익률과 비교할 수도 없고, 목표수익률이나 시장금리와 비교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는 없다. 캐나다는 이미 2017년부터 투자자 수익률로 '내부수익률(IRR, Internal Rate of Return)' 방식을 의무화했다.
미국의 대표적 금융기관인 뱅가드(Vanguard)와 찰스슈왑(Charles Schwab), 호주의 대형 연금펀드들 역시 모두 내부수익률을 고객 보고서에 표시한다. 호주 계리사회는 2021년 발간한 'PS 101'에서 투자자 수익률을 산정할 때 내부수익률 또는 이에 준하는 자산가중수익률 방식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내부수익률은 투자금의 입출금 시점과 금액을 모두 반영한 복리수익률이다. 다시 말해, 내부수익률은 실제 투자에서의 현금흐름과 동일한 결과를 만드는 확정금리와 같다. 이 방식은 투자자의 성과를 가장 적절하게 나타내며, 계산식은 복잡할지라도 그 의미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평잔수익률이나 수정 Dietz 수익률처럼 다른 금액가중 방식을 쓰는 기관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입출금의 시점과 규모를 반영하며, 내부수익률과 차이가 크지 않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국내 주요 공적연금도 이미 평잔수익률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이와 달리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이라는 이유로 납입원금대비수익률을 선택했다. 납입원금대비수익률은 경제적 의미를 부여할 수 없고, 어떤 비교에도 활용할 수 없다. 결국 우리나라 금융소비자에게만 비과학적이며 활용할 수 없는 단순비율을 수익률이라며 제공하고 있다. 많은 금융소비자는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수익률 정보의 이런 문제를 알지 못한 채 믿고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 친화성'보다는 '정보의 정확성'이 우선이다. 아무리 쉽게 보일지라도 잘못된 정보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투자결정을 유발한다. 투자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정확한 지표'를 원한다. 금융감독원이 이제라도 투자자 수익률로써의 납입원금대비수익률을 폐기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내부수익률을 채택해야 한다.
■ 신중철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경영학박사) = 증권사와 종합금융에서 10년 이상 파생상품과 증권의 리서치와 투자업무를 했다. 펀드평가사에서 20년 이상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펀드·연기금·퇴직연금 등의 평가와 컨설팅을 했다. 서울시립대·국민대·한양대 등에 출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