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연구팀 "초고령사회 현장진단검사 제도화 필요"

초고령사회·만성질환 대응 핵심 수단 POCT 정부·학계·의료현장, 제도화 공동 전략 시급 환자안전·검사신뢰 확보 전문인력 구축 필수

2025-10-01     김은서 기자
▲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 환자 진단 공백을 해소할 방안으로 현장진단검사의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왼쪽부터 이민우 교수, 이승연 연구원, 박상용 교수, 이광우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운영팀장, 박희열 서울대병원 병리과.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 환자 진단 공백을 해소할 방안으로 현장진단검사(POCT·Point-of-care Testing)의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학술 논문이 발표됐다.

고려대 보건과학연구소 이민우 연구교수팀(이승연 연구원, 두원공과대학교 박상용 교수, 이광우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운영팀장, 박희열 서울대병원 병리과)은 대한임상검사과학회 학술지 KJCLS(Korean Journal of Clinical Laboratory Science) 9월 30일자에 관련 연구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한국의 POCT 제도가 법적 정의, 사용자 자격, 품질관리(QA·QC), 교육체계 등에서 여전히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POCT는 응급 상황, 감염병 대응, 재택·요양환경에서 활용도가 높지만, 현행 제도는 환자 안전과 검사 신뢰도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유병률은 성인 3명 중 1명(약 30%), 당뇨병 유병률은 성인 7명 중 1명(약 15%) 수준이다.

만성질환 환자가 지속적으로 혈압·혈당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가 측정 장비의 정확성과 사용법을 제도적으로 검증·지원하는 체계는 부재하다.

연구팀은 개선 과제로 △법적 정의와 책임 주체 명확화 △중앙 관리기구 설립 △국가 QA·QC 기준 수립 △보험 수가 적용 △전자 의무기록(EMR)·공공보건망 연계 △전문인력 교육 강화 등을 제시했다.

세계적으로 POCT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2022년 380억달러 규모였던 POCT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도 초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라 가정, 지역사회, 요양시설에서 POCT 수요가 최소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환자 안전과 의료 책임 공백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사례도 비교됐다. 노르웨이는 국가 전담기구(NOKLUS)를 통해 품질관리와 교육을 통합 관리하며, 영국은 NHS 기반 위원회를 통해 지역 단위에서 제도를 운영한다.

반면 한국은 기관 자율 운영에 의존하고 있어 체계적 관리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임상병리사의 역할도 주목됐다. 국내 임상병리사는 채혈, 혈액검사, 심전도, 미생물검사 등 진단검사를 수행하는 핵심 전문 인력이다.

보건복지부 2022년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약 7만8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선별검사소와 분자진단 검사에서 검체 채취부터 분석, 결과 보고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며 방역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향후 POCT 제도에서도 임상병리사가 법적·제도적 책임 주체로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저자인 이승연 연구원은 "POCT는 단순히 검사 도구의 확산이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국가 보건 체계를 지켜야 하는 과제"라며 "임상병리사,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의료기기 업체 등 직종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이민우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연구교수는 "세계적으로 POCT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으나 한국은 법적 정의와 품질 관리 체계가 없다"며 "고령사회와 감염병 시대를 대비해 지금이야말로 정부·학계·산업계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이 정부의 '고령사회 대응 국가전략'과 맞물려 향후 정책화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며 "초고령사회와 감염병 시대를 대비한 국가 보건안전 전략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