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기 칼럼] 김포 시민은 간 데 없고 산으로 가버린 한강버스
지난 18일 서울의 수상 교통수단인 한강버스가 첫 운항을 시작했다. 잠실선착장을 오전 11시에 출발한 한강버스는 종착지인 마곡 선착장에 1시 25분쯤 도착했다. 두 시간 25분이 걸렸다.
한강을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교통수단이 생겼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큰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려는 승객은 많지 않아 보인다. 특히 1분 1초가 바쁜 출근 시간에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을 들여 여유롭게 출근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서울시는 이 새로운 교통수단을 홍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한강버스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버스를 만들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악명 높은 김포골드라인이 있다. 김포 지역에서 김포 공항을 잇는 경전철인 김포골드라인은 높은 혼잡도 때문에 승객이 혼수 상태에 빠지는 등 여러 차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같은 사고가 2023년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체 교통수단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당시 김포 골드라인의 평균 혼잡도는 242%, 최대 혼잡도는 289%에 달했다. 서울 내 지하철 가운데 혼잡도가 가장 높은 지하철 9호선보다 높은 수치다.
오세훈 시장은 그해 3월 영국 런던의 리버버스를 살펴보고 한강의 교통수단으로 수상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수상버스는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를 해결할 대안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당초 2024년 9월로 예정됐던 한강버스는 배를 만들지 못해 운항시기가 연장됐다. 이후에도 3차례나 연기된 끝에 올해 9월에야 겨우 운항이 시작됐다.
하지만 한강버스가 운항을 시작한 지금 김포 지역은 운항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김포 지역에는 한강버스가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김포시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 7월 서울시에 한강버스 노선에 김포 고촌읍 정류장을 추가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초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 해결을 위해 추진된 한강버스가 원래의 목적을 상실해 버린 것이다. 말 그대로 '배가 산으로 간' 셈이다.
한강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자는 발상은 이미 오래됐다. 지난 2007년 당시에도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 시장은 유난히 '한강'에 집착했다.
오세훈 시장은 출퇴근 시간의 정체를 해소한다며 한강에 수상택시를 도입했다. 하지만 편도 2만원에 이르는 비싼 요금과 낮은 실효성으로 특별한 경우에만 이용되는 '테마성' 교통수단에 머물렀다. 결국 이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한강버스는 이미 원래의 목적성을 상실한 채 한강을 운항하고 있다. 한강버스를 이용해 본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출퇴근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앞서 추진됐던 수상택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긴 운항 시간은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운행이 시작된 지 일주일만에 한강버스는 팔당댐 방류로 한차례 운항이 중단됐고, 23일에는 고장으로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승객들을 내려줘야 했다.
오세훈 시장이 벤치마킹했던 런던의 리버버스는 2023년 이용객이 430만명에 이른다. 24개의 선착장이 있고, 출퇴근 시간에는 20분 간격으로 운항하고 있다. 매년 이용객이 늘고 있고, 출퇴근이나 일상적인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작 단계에서 반짝 관심을 끄는 컨벤션 효과가 사라진 뒤에도 과연 한강버스가 런던의 리버버스처럼 지속적인 이용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오세훈 시장의 유난한 '한강 사랑'이 빚어낸 또 하나의 실패작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