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철 칼럼] 이찬진 금감원장의 '성공'을 위한 제안
이재명 정부의 금융감독원장으로 이찬진 변호사가 임명된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쇼크였다. 더불어민주당이 그렇게도 비판했던 전임 금감원장의 그림자가 투영됐기 때문이다.
많은 우려가 있지만 성공한 금감원장이 되길 바란다. 그것이 금융업의 건강한 발전, 시장의 공정성 확보, 금융소비자 복리 증진에 기여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장의 성공을 위해 기대하는 것은 금감원과 금융업계의 관행을 점검·개선할 수 있는 이 원장의 새롭고 비판적인 시각이다.
금감원처럼 오랜 시간 쌓아온 경력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 조직은 관행이라는 타성과 경직성의 문제를 갖기 쉽다.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고, 혹은 알면서도 드러내기를 꺼리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외부인은 기존 조직의 행태와 관행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 이 원장은 관행에 젖지 않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 조직의 관점이 아닌 법률가 논리로 분석하고 현명한 시민의 눈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시각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금감원이 본연의 임무에 더욱 충실하도록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새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은 금융업계를 질식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소비자 민원·분쟁 처리 등의 사후 제제가 주로 언급될 뿐, 금융소비자 교육과 적절한 정보 제공이라는 주제는 거론되지 않고 있다.
교육과 정보 제공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정보를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이며,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정보제공이다. 하나만으로는 금융소비자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소비자 보호 활동이 시급하지는 않을지라도 중요성에서 후순위는 절대 아니다.
먼저 관심가져야 할 것은 올바른 금융상품 정보제공이다. 금융상품 정보는 기본적으로 금융소비자가 보기에 복잡하고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소비자에게 단순하고 쉽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비교공시되는 상품 정보는 '쉬움'에 치우쳐 '정확함'를 저버렸다. '정확하진 않지만 쉬운 정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확하지 않은 것은 그냥 '잡음(노이즈)'이지 결코 정보가 될 수 없다.
-100% 미만의 값이 나올 수 있는 수익률 계산식, -100% 미만의 값이 나오면 노출시키지 말라는 비교공시 기준. 이런 계산식에서 나온 값들을 이용한 운용현황 보고서. 이런 것들이 금융소비자에게 도움 되는 '정보'인가.
퇴직연금사업자 수익률, 퇴직연금의 사전지정운용제도 수익률, 순투자원금기준에 의한 연금저축상품이나 연금저축 사업자 수익률, 총투자원금기준에 의한 운용실적 보고서의 실질수익률.
이 수익률들의 계산식은 왜 다르며, 금융소비자는 이들 정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나.
계산방법이 서로 다른 이 수익률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한가. 퇴직연금사업자 수익률은 사업자의 운용능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님을 알리라는 규정과 달리, 금감원 사이트에서조차 이를 언급하지 않는다. 사업자가 이 정보를 언론에 보도자료로 제공하고 광고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가.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소비자는 신뢰한다. 금융소비자는 이 정보들이 서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금융회사 상담사나 금융 전문가도 이 정보들을 어떤 경우에 어떻게 구분해 적용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금감원이 펴낸 각종 금융 교육자료에도 해당 내용은 없다. 깨알 같은 안내·경고문으로는 불충분하지만 그런 것조차 없다.
불완전·부정확하고 서로 다른 기준으로 작성된 비교공시가 여러 상품에서 허다하게 이뤄지고 있다. 법률가와 시민사회 활동의 오랜 경험을 가진 이 원장이 기존 금감원과 다른 비판적 시각으로 살펴보길 기대하는 이유다.
금융은 만국 공통어다. 한국식 금융이 성립할 수 없고, 한국식 금융이 있어서도 안 된다. 상품·제도별로 다른 성과측정 방법이 적용될 근거가 없다.
계산 방법과 제공 방식의 표준화를 통해 성과 정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금융상품의 성과 공시와 성과가 포함된 광고를 전담할 전문위원회의 설치를 신임 금감원장에게 제안한다.
■ 신중철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경영학박사) = 증권사와 종합금융에서 10년 이상 파생상품과 증권의 리서치와 투자업무를 했다. 펀드평가사에서 20년 이상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펀드·연기금·퇴직연금 등의 평가와 컨설팅을 했다. 서울시립대·국민대·한양대 등에 출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