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철 칼럼] 투자판단 오도 연금저축 '순원금기준수익률' 폐기돼야 한다
미국의 뉴욕 맨하탄의 지난해 부동산 상승률은 얼마일까.
맨하탄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24달러에 원주민에게서 구입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최근 1년간 부동산 상승률을 24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한다면, 무의미하고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물가상승률, 주가지수, 경제성장률 등 그 어떤 성과정보도 측정 대상 기간 이전의 옛날 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연금저축 상품의 비교공시 수익률 빼고는 말이다. 현재의 연금저축 수익률 계산법을 폐기해야 하는 이유다.
연금저축의 개별상품 수익률 비교공시에는 순원금기준수익률을 적용하고 있다. 이 방법의 특정 기간 수익률은 해당 기간의 수익을 상품을 처음 판매할 때부터 해당 기간말까지의 순투자액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순원금기준수익률은 한국의 연금저축 비교공시에만 이용되는 방법이다. 퇴직연금의 사업자 수익률 계산방법과도 다르다. 성과측정 분야에서 인정되는 2가지 수익률 계산 방법, 즉 시간가중수익률(상품의 수익성 측정에 이용)과 금액가중수익률(투자자의 투자성과 측정에 이용)과도 완전히 다르다.
순원금기준수익률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금융감독원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대량 환매로 수익률이 ±100%를 초과하는 상품을 공시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두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금감원은 문제점을 숨기기 위해, 잘못됐다는 것이 쉽게 드러나는 자료를 공시에서 제외시키는 '속임수'를 쓴 것이다.
공시에서 제외시킨 극단적인 경우에만 문제가 있지 않다. 수익률이 -100%인 것과 마찬가지로,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 10%의 수익률에도 환매의 영향이 포함될 수 있다. 환매에 따른 영향이 얼마인지, 진정한 수익률이 얼마인지 알 수도 없다.
이 방식에는 구조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익률이 높아지는 또다른 문제도 있다. 결국 이 방법으로 산출된 값은 성과정보로 이용할 수 없다.
외부에서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금감원은 2023년 2분기부터 추가정보를 공시하기 시작했다. 신탁상품의 배당률, 펀드상품의 수정기준가수익률, 보험상품의 공시이율과 적립률이 그것이다. 신탁상품의 배당률과 펀드상품의 수정기준가수익률은 사실상 같은 방식의 수익률로, 이들은 시간가중수익률에 해당한다.
지난해 1년의 공시수익률 최고 펀드 수익률은 109.14%(수정기준가수익률 28.74%)이고, 공시수익률 최저인 펀드의 수익률은 –78.58%(수정기준가수익률 –14.25%)였다.
연금저축신탁의 최고 공시수익률은 13.86%(배당률 4.35%), 연금저축보험의 최고수익률은 16.5%에 달했다. 신탁은 채권형이고 보험은 금리연동형인데, 상식에 반해 저렇게 높은 수익률이 타나난 것은 오직 이상한 계산법 때문이다.
비교공시된 상품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에도, 연금저축신탁의 순원금기준수익률과 배당률 차이가 절댓값으로 평균 1.5%, 연금저축펀드는 순원금기준수익률과 수정기준가수익률 차이는 절댓값으로 평균 4.9%에 이른다. 엄청난 차이다.
논리적으로나 실제 자료상으로나 많은 문제가 알려졌지만, 금감원은 "이전과 동일한 방법을 사용한다"며 여전히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발표한 2024년 연금저축 운용현황 보고서의 상품유형별 수익률 계산에는 상품별 순원금기준수익률이 이용됐다. 지난해 발표된 2023년도 보고서도 마찬가지였다.
보고서에 의하면, 작년도 상품유형별 수익률은 연금저축펀드(7.6%)가 가장 높고, 연금저축신탁(5.6%)과 연금저축보험(2.6%) 순이었다. 상품유형별 수익률은 많은 문제가 많은 개별상품의 수익률을 이용하고 있다. 더구나 공시된 유형별 수익률 산출 방법과도 다르다. 공시된 가중치는 납입원금이지만 실제 계산은 적립금 가중방식을 사용했다. 이렇게 산출된 연금저축 유형별 수익률을 신뢰할 수 있을까?
금융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는 순원금기준수익률은 폐기돼야 한다. 그리고 시간가중수익률 방식이 채택돼야 한다. 비교공시는 무의미한 데이터의 나열이 아니라 금융소비자의 판단을 돕는 정보여야 한다.
성과측정이 엉터리인 상태에서는 정책의 유효성을 판단할 수도 없고, 올바른 개선책을 마련할 수도 없다. 정확한 평가가 이뤄져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 신중철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경영학박사) = 증권사와 종합금융에서 10년 이상 파생상품과 증권의 리서치와 투자업무를 했다. 펀드평가사에서 20년 이상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펀드·연기금·퇴직연금 등의 평가와 컨설팅을 했다. 서울시립대·국민대·한양대 등에 출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