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장 칼럼] 미국, 주권국가 내정간섭 중단하고 상생 모색하라

2025-08-12     박순장 칼럼니스트
▲ 한국 시장을 장악하고 우리의 법과 제도를 무시하며 불공정 독과점 행위로 소비자들을 홀대하는 구글과 유튜브.

한국은 지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불법적·불공정 행위로부터 자국의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지키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국내외 구분없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모든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한다.

자사 서비스 우대, 멀티호밍(다중 플랫폼 입점) 제한, 끼워팔기, 입점업체 차별, 불투명한 알고리즘 조작 등을 금지하고, 소비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이 통과되면, 소비자는 더 투명한 서비스와 합리적인 가격을 누릴 수 있고, 중소기업·스타트업은 빅테크의 불공정 장벽 없이 경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미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해명하라고 압박했다. 명백한 내정간섭이며, 주권국가의 입법권을 흔드는 행위다.

구글·애플은 이미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2023년 10월 방통위는 두 기업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고 앱 심사를 부당 지연한 행위를 적발, 구글에 475억원, 애플에 205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과 눈치를 보느라 과징금은 아직 확정·집행되지 않고 있다.

2022년 6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법치주의의 후퇴이며, 타국의 압력에 국내 사법권이 굴복하는 부끄러운 장면이다. 빅테크 기업의 불법행위에 정부의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은 정작 자국 내에서는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2021년 미의회는 '아메리칸 이노베이션 앤 초이스 온라인법(AICOA)'을 발의, 아마존·구글·애플의 자사 서비스 우대를 금지하려했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메타의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를 독점 심화로 규정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한국이 유사한 규제를 도입하려 하자, 미국은 "자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압박에 나섰다. 같은 법리를 자국에는 적용하면서, 다른 나라에는 적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 잣대다.

또한 선진국가들은 우리와 유사한 법률을 이미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5월 '디지털시장법(DMA)' 발효했다. 시장 점유율 45% 이상 또는 월간 이용자 4500만명 이상인 '게이트키퍼' 기업에 대해 자사 우대 금지, 데이터 결합 제한, 타 서비스 접근권 보장 등을 의무화했다.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일본은 2021년 '특정디지털플랫폼 거래투명화법' 제정했다. 대형 플랫폼의 거래 조건 공개, 알고리즘 변경 시 사전 통지 의무 부과토록 했다.

호주는 2021년 '뉴스미디어 협상법'을 제정해 구글·페이스북에 뉴스 콘텐츠 대가를 의무 지급하도록 했다.

▲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소비자와 중소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연합, 일본, 호주 처럼 온라인 플랫폼법을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의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압력을 받고 있는 공정위. ⓒ 세이프타임즈

이처럼 선진국 대부분은 이미 빅테크 규제를 제도화했고, 위반 시 매출의 두 자릿수 비율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법은 오히려 국제 기준에서 보면 온건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유독 한국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 시장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디지털 소비 강국이며, 모바일 앱 매출·동영상 시청·소셜미디어 이용률 모두 글로벌 상위권이다. 미국 빅테크는 이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이 막대하며, 규제 강화는 이익 감소로 직결된다. FTA 이후에도 미국은 자동차를 무관세로 수출하면서, 한국산 제품에는 15% 관세를 부과했다. 3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사실상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사안 역시 '경제적 힘'을 앞세운 일방주의라는 점에서 동일한 패턴이다.

▲ 박순장 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

한국의 플랫폼법은 쿠팡·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국 기업만을 겨냥한 법이 아님에도 이를 방해하는 것은, 스스로 자국 기업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꼴이다. 주권국가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제정할 권리가 있다.

타국 의회나 정부가 이 과정에 개입해 법안을 약화시키거나 무산시키는 것은, 국가의 존엄과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다. 미국이 진정 법치와 시장 경쟁을 존중한다면, 주권과 소비자 권리는 타협 대상이 아니므로 미국은 한국의 입법권을 존중해야 한다.

한국 소비자는 더 이상 거대 플랫폼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우리의 시장, 우리의 법, 우리의 소비자 권리는 결코 외부 세력의 거래 카드가 될 수 없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불법 독과점 기업을 감싸며 주권국가의 내정을 방해하는 행위는 절대 용인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지키는 길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나아가 미국은 불법 독과점 기업을 감싸며 주권국가의 내정을 방해하지 말고 상호 존중하며 상생의 관계로 나가야 한다.

■ 박순장 칼럼니스트·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