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철 칼럼] 연금저축제도, 수익률 제고 위해 구조적 개혁 필요하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3층 연금체계'에서 개인연금에 해당하는 연금저축제도의 규모는 퇴직연금 못지 않게 크다. 그러나 그 수익률은 다른 제도에 훨씬 못 미친다. 연금저축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개혁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2024년 말 기준, 연금저축의 전체 적립금은 약 389조원에 이른다. 이는 퇴직연금(432조 원)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불과 10년 전인 2016년에는 연금저축이 320조원, 퇴직연금은 147조원으로, 연금저축이 두 배 이상 앞섰다.
규모에서는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연금저축제도이지만, 수익률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최근 10년간(2015~2024년) 연금저축의 연평균 수익률은 2.0%에 그쳤고, 특히 연금저축보험은 1.7%로 정기예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같은 기간 개인형 퇴직연금(DC와 IRP의 합)은 평균 2.41%, 퇴직연금 전체 평균은 3.1%로, 연금저축을 크게 웃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2024년도 연금저축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개년의 연도별 연금저축 수익률도 퇴직연금 수익률에 훨씬 못 미쳤다.
연금저축의 수익률이 낮은 주된 이유는 연금저축보험의 구조적 한계와 높은 비중에 있다. 연금저축보험은 금리연동형 원금보장 상품으로, 공시이율이 낮고 사업비는 과다하게 부과된다. 따라서 연금저축보험의 낮은 수익률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연금저축은 보험, 신탁, 펀드로 나뉜다. 그중 연금저축보험은 2024년말 연금저축 전체의 83.4%를 차지한다. 세제적격 연금저축(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국한하더라도 연금저축보험의 비중은 64.1%로 절대적이다.
2025년 8월 기준, 온라인 보험 수퍼마켓 보험다모아에 등록된 20개 연금저축보험(10년 납입, 20년 만기 가정)의 평균 사업비는 납입금의 4.8%, 예상 수익률은 평균 1.9%다.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가 2.3%이므로, 연금저축보험의 예상 수익률은 정기예금보다 못하다.
문제는 이 같은 상품이 여전히 '국민 노후보장을 위한 세제혜택 대상'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연금저축보험 광고 대부분은 "납입액의 13.2%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는 점만 강조하며 실질 수익성은 외면한다. 상품 고유의 수익성과 무관한 세제혜택만을 근거로 상품을 장기보유하게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다.
사실 2016년에 정부는 "국민 재산을 불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연금저축신탁의 신규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신탁의 낮은 수익률과 원금보장을 문제 삼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규모가 훨씬 컸던 연금저축보험은 그대로 두었다.
당시 은행연합회는 "신탁은 저위험·저수익을 선호하는 고객을 위한 선택지인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고객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특히 "같은 보장형 상품인 연금저축보험과의 차별"이라며 반발했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 이후 현재까지의 연금저축 수익률을 보면, 당시의 결정은 완전한 실패다. 지난 10년간 연금저축신탁의 수익률은 연 2.2%로 연금저축보험(연 1.7%)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름이 무엇이든 연금저축제도는 국민의 자산을 증식시키고 노후 대비를 가능케 하는 투자 인프라가 돼야 한다.
공시이율은 예금과 같고, 사업비는 보장성보험처럼 공제되는 연금저축보험은 구조적으로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원금보장 상품이기 때문에, 국민의 투자역량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 연금저축보험이 연금저축제도의 중심으로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세제혜택이라는 공공의 자원이 투입된 이상, 연금저축제도는 충분한 수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개편돼야 한다. 연금저축보험에 대해 저축상품에 부합하도록 비용 구조 개선을 요구하거나, 일정 기준 이하 수익률의 상품 제공자의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퇴직연금제도는 최근 디폴트옵션, 기금형 도입 등 다양한 개선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연금저축에 대한 논의는 없는 상태다. 퇴직연금이 그렇듯, 국민의 노후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연금저축도 개혁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개혁의 핵심은 연금저축보험이다.
■ 신중철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경영학박사) = 증권사와 종합금융에서 10년 이상 파생상품과 증권의 리서치와 투자업무를 했다. 펀드평가사에서 20년 이상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펀드·연기금·퇴직연금 등의 평가와 컨설팅을 했다. 서울시립대·국민대·한양대 등에 출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