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ESG] SK에너지 '그린워싱' 냄새가 풍긴다

2025-08-04     김창영 대표기자
▲ 김창영 세이프타임즈 대표기자

ESG 경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회피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2024년도 SK에너지 사업보고서를 꼼꼼이 살펴봤더니 '투명성'과 '그린워싱'을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외치고 있지만, 투자자와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데이터는 없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선 ESG 성과를 내세우면서 법적 공시 의무가 있는 사업보고서에는 그 내용이 없었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탄소 순배출량을 2050년에 100% 감축할 계획'이라는 원대한 목표가 제시됐다.

하지만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객관적 데이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기업의 탄소 배출 현황을 파악하는 기본 지표인 Scope 1·2·3 배출량 구분은 없었고 '넷제로' 선언 역시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관련 데이터가 상세히 기재돼 있다.

회사가 데이터를 보유하고 관리할 능력이 충분함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 투자자의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는 사업보고서에서 누락한 것은 ESG를 단순한 홍보 수단으로 여길 뿐, 핵심 경영 전략으로 통합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속가능항공유(SAF)의 유럽 수출 계획과 같은 긍정적 소식도 있지만, 탄소포집저장(CCS) 등 다른 핵심 사업은 여전히 구체적인 투자계획없이 계획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유·화학산업의 최우선 가치는 단연 안전이다. 그러나 SK에너지의 사업보고서에서 안전은 완전히 실종됐다.

중대재해 발생 건수, 산업재해율, 사망자와 같은 필수 안전 지표는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다.

그룹사인 SK가스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근로손실 재해율 등의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회사측은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안전보건을 위한 전담조직의 구성이나 운영 실적에 대한 설명은 전무했다.

매출액의 0.05%에 불과한 224억원의 연구개발비 역시 안전·보건 관련 항목은 별도로 표기되지 않았다.

안전을 비용 문제로만 인식하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환경 분야의 정보 공개 역시 선택적이었다.  사업보고서는 대기오염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나 황·질소산화물(SOx, NOx)의 연간 배출 총량을 공개하지 않아 "환경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더 큰 문제는 미래에 대한 의지 부재다. 언론을 통해 대규모 친환경 설비 투자 계획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정작 사업보고서의 향후 투자계획 항목에는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기재했다.

대외 홍보와 실제 투자 계획간의 괴리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그린워싱(Greenwashing)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에 충분한다.

SK에너지의 2024년 사업보고서는 ESG 경영의 본질을 망각한 공백투성이 보고서였다.

진정한 ESG 경영은 화려한 보고서나 홍보가 아닌 검증 가능한 데이터와 투명한 정보 공개에서 시작된다.

SK에너지는 지금이라도 구호뿐인 ESG를 멈추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증명하는 숫자를 책임감 있게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