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기 칼럼] '사제총기로 아들 살해' 촘촘한 대책 필요하다

총기 보유는 엄격히 금지하지만 총기제작 막기 어려워 모방범죄 확산 우려, 어렵지만 법적 제도적 정비 시급

2025-07-23     문영기 주필
▲ 인천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가족을 숨지게 한 피의자의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서울경찰청은 경찰특공대가 피의자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거지에서 신나와 타이머 등 사제 폭발물을 발견해 제거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지난 20일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충격적이다.

우선 아버지가 자신의 생일 잔칫상을 차려준 아들을 다른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했다는 점이다. 범행 수법이 매우 비상식적이고 잔혹하다.

범행 동기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 간의 갈등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납득할 만한 진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통해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범행도구가 사제 총기라는 점이다. 피의자는 유튜브를 보고 사제 총기를 제작해 범행에 사용했다. 피의자의 자택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사제총기 2정과 폭발물 15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 박상진 인천연수경찰서장이 지난 21일 인천 연수구 연수경찰서에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사제총기 아들 살해 사건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폭발물은 실제로 살상력과 파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피의자 자택 주변의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고, 경찰특공대가 투입돼 폭발물을 제거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총기 규제와 관리가 과도하게 심한 총기 청정국이다.

경찰이 자신의 방어를 위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총기 사용은 극도로 자제할 만큼, 총기 보유는 물론 사용도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사냥에 이용되는 총기조차 수렵 시즌만 보유가 허용될 뿐 나머지 기간에는 경찰서에 보관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엄격한 규제도 직접 총기를 제작하는 것은 뚜렷하게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피의자도 사제 총기 제작법을 유튜브를 통해 익힌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법)은 총기 소유나 소지를 막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제작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모호하거나 미흡한 수준이다.

총포법상 총기 제작법이나 설계도를 온라인에 게시하거나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 지난 2022년 7월 8일(현지시간) 일본 나라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기로 저격한 남성이 범행 직후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료 사진

지난 202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제 총기에 의한 총격으로 사망하자, 경찰은 모방 범죄를 막기 위해 온라인에서 유포되는 사제 총기 제작법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였다.

하지만, 유튜브에 올린 외국인의 총기 제작 영상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언어를 모르더라도 영상만으로도 사제 총기 제작은 가능하다.

더구나 3D 프린터 같은 제작 도구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사제 총기 제작은 물론 모방 범죄의 우려까지 확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런 유해 정보와 제작 도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비한 법적 제재 장치를 좀 더 촘촘히 구성하고, 국내외 플랫폼에서 유해 정보를 차단할 수 있는 의무를 부과하는 등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좀 더 광범위하게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 함께 사회적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