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지휘관 칼럼] 부산 아파트 화재 참사,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 2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두 명의 어린이가 화재로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30년 넘게 소방관으로 일해온 저에게 이 소식은 또 한 번의 깊은 슬픔과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주었습니다.
현장에서 수많은 화재와 구조를 경험하며, 저는 한 가지 진실을 배웠습니다.
화재는 예고없이 찾아오지만, 예방은 우리의 의지와 시스템에 달려 있습니다.
아동만 집에 있는 심야 화재,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최근 사회 구조의 변화로, 부모가 야간 근무를 하거나 한 부모 가정,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이 집에 홀로 남겨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대처가 어렵고, 피해가 치명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제도·기술·교육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적 예방 대책이 절실합니다.
우선 고위험군 등록제를 도입해서 야간 근무자 가정, 한부모 가정, 방임 의심 가정 등은 우선으로 안전 점검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취약 가구 실태조사를 정례화하고, 소방·복지·교육청이 합동으로 고위험 가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부모의 장시간 부재가 확인된 가구를 신속히 파악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주택 내 안전설비로 '붙이는 소화 패치' 시설, '과부하 방지 멀티탭' 보급, '단독형 화재감지기' 설치, 노후 전기설비 진단 및 개선 등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가정 내 가재도구를 불연재 또는 난연재로 구비 하기를 추천합니다.
아동 맞춤형 안전교육 및 훈련을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고, 지역 아동센터·복지관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가족이 함께 집 평면도를 그려 비상 통로와 대피장소를 정하고, 실제 대피 연습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소방관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저는 간절히 바랍니다. 아동만 집에 있는 상황에서의 화재는 예방이 최우선입니다.
위험 가구 조기 식별, 주택 내 안전설비 강화, 아동 맞춤형 교육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만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협업과 정책적 관심, 기술적 혁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모여, 더 이상 아이들이 화재로 희생되는 일이 없는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정교철 서울 성북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