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기 칼럼] ‘철도노동자’ 노동부 장관에 거는 기대와 우려

최초로 지명된 민주노총 출신의 노동부 장관 현장 잘 아는 만큼 노동계의 문제 해결 기대

2025-06-25     문영기 주필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경북 김천역에서 ITX-마음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 열차에 탑승해 배웅 나온 역무원에게 인사하고 있다.김 후보자는 현직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기관사이며,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다. ⓒ 연합뉴스

김영훈 기관사가 자신이 입각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새마을호 운행을 마치고도 한참 뒤였다. 운행 중에 휴대폰을 켜놓을 수 없었던 김 기관사는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을 수 없었고, 언론 보도를 접하고서야 입각을 알게 됐다고 한다.

현장 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에서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임명된 경우는 처음이다. 전직 장관 가운데 김문수, 이정식, 김영주 장관 등이 노조에서 활동했지만, 모두 현장에서 떠난 뒤에 장관직에 올랐다.

또한 과거 '어용' 시비가 있었던 한국노총 출신은 있었지만, 민주노총 출신이 입각한 경우도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계는 대화와 타협의 상대가 아니라 적폐 세력이자 반국가단체였다. 2022년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강경대응에 나선 정부는 각종 법적, 물리적 강압 조치를 통해 정부의 입장을 관철했다.

화물연대에게 '승리'했다고 판단한 윤석열 정권은 노동계에 대해 강경 일변도의 태도로 일관했다. 이른바 '건폭'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건설노조의 임금과 단체협약 요구를 불법으로 몰아갔고,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강화한다며 노조에 대해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 교수, 변호사 등 1000여명의 선언추진단이 지난 2023년 11월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노란봉투법 공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1000인 선언추진단

기업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려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권 말기에는 가장 극렬한 극우 인사인 김문수 장관을 기용하면서 노동계와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노총 출신의 인사를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과 기조를 완전히 뒤바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신임 노동부 장관 앞에는 무겁고 심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동안 기업의 입장에서 집행했던 '기울어진' 노동정책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지금까지 정부와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노동계와 정상적인 대화 채널을 복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는 산업재해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의 문제다. 안전한 노동환경 확보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는데도 재해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결국 현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처벌 강도의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중구조화한 노동시장의 문제도 심각하다. '노조의 우산' 아래 노동3권이 보장된 노동자들과는 달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적 보호장치도 허술하고, 무엇보다 위험한 노동 현장에 방치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특수형태근로자, 하청노동자, 플랫폼노동자, 기간제 노동자 등 다양한 이름과 형태로 존재하면서, 노동시장의 하부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다 숨진 재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충현 씨의 영결식이 지난 18일 오전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엄수된 뒤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와 유족들이 김씨가 일하던 한전KPS 태안사업처를 행진하고 있다. 김충현 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께 태안화력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작업을 하다 공작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 연합뉴스

'죽음의 외주화'라는 끔찍한 용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대변하고 있다. 김영훈 노동장관 후보자는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일해온 대표적인 노동계 인사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현장에서 직접 체득한 인물이다. 하지만 '노조의 우산' 아래에 다른 현실에 처한 더 많은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노·사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노·노 간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차별 없는 노동환경을 만드는 주춧돌을 놓아 주길 기대한다.